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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현장/핫토픽

미국 언론의 디지털 혁신이 지역신문에 주는 교훈

지역주간신문의 위기 탈출,

지역밀착보도, 인터넷신문과 탐사보도가 해법이다


지난 5월 12일부터 7박 8일간 미국에서 진행된 ‘지역신문의 디지털혁신’ 디플로마 연수에서는 지역신문은 물론 인터넷 매체, 탐사보도 전문 매체, 저널리즘스쿨 등 다양한 언론매체와 교육현장을 직접 방문,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기를 맞은 지역주간신문의 탈출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퍼는 죽었다’는 위기의식은 오래전부터 팽배한 신문산업의 전반적인 위기이자 과제이다. 그러나 경영과 편집이 분리된 해남신문의 편집책임자로서는 이를 직접 느끼지 못한 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탈출구를 찾는데 게을리 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2년 전 OSMU(one source multi use) 디플로마 연수를 다녀 온 대표이사의 필요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편집국라인에서 준비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았으니, 이번 연수를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지역밀착보도, 통합뉴스룸 : 뉴스데이


창간한지 73년된 뉴스데이(Newsday)는 뉴욕 멜빌에 위치하며 On-Off Line 통합 해 ABC 인증 30만부를 발행하고 있는 롱아일랜드의 지역신문이다. 이 회사의 전체 직원은 375명이다. 뉴욕타임즈가 중소도시에 대한 관심을 못 갖고 있는 현상에서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은 뉴스데이가 롱아일랜드의 도시 발전과 함께 했다는 인식이 강해 오랫동안 절독을 하지 않고 구독을 하는 독자들이 많으며 뉴스데이도 이같은 마케팅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뉴스데이는 지역밀착형 보도와 탐사보도를 실천하고 있어 퓰리처상도 19번째 수상했다. 지자체의 교육예산을 심층분석,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비주얼편집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쉽게 전달했다.


뉴스데이의 가장 큰 특징은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 등 모든 플랫폼을 총괄하는 통합뉴스룸을 운영, OSMU(one source multi use)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뉴스룸은 모바일 뉴스, 케이블 TV 송출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은 새벽 5시30분부터 익일 12시 30분까지 리얼타임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온라인 전담 인력은 60명으로 이 중 20명이 온라인 기자다. 이 들은 웹편집, SNS담당, DB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인터넷신문 하루 접속자 20만명 중 4만명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접속한다. 온라인 전용기사는 전체 뉴스생산의 30%가 넘는다. 온라인 콘텐츠 중에는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의 뉴스가치는 비록 떨어지더라 도 정보가치가 있거나 교육 등 주민들이 관심이 많은 내용들을 싣고 있다.


연수팀이 뉴스데이 사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뉴스데이의 5가지 미션이 동판으로 게시돼 있다.


뉴스데이는 오전 10시 인터넷신문 편집회의, 오후 2시30분에 종이신문 편집회의를 한다. 방문 당일 인터넷신문 편집회의에 연수단의 참관이 있었다. 보고서나 서류 방식이 아니라 회의실에 설치된 대형 PDP TV화면을 통해 편집국장의 주재아래 인터넷 기사 한건 한건을 담당 데스크와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회의분위기가 편집국장의 일방적인 지시나 통제가 아니라 자유롭게 토론해서 결론을 내리는 모습이었다.


이 회사의 온라인 수익창출은 광고와 유료결제로 이루어진다. 광고는 배너광고, 동영상광고다. 4년 전부터 유료결제를 시작했으며 오히려 스포츠, 연예, 오락 등 흥미위주 기사는 무료이며 지역관련 정보가 유료다.


◆ 탐사보도, 도네이션 모델 : 캘리포니아 와치


 바른 언론에 대한 기부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미국이다. 이러한 기부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매체가 캘리포니아 와치(California Watch)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태로 출발했지만 좋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어 뜻있는 독지가의 도네이션으로 생존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매체의 총책임자인 로젠탈 로버트(Robert J. Rosenthal)의 아이디어로 이 매체는 탄생했다. 뉴욕타임스의 사환으로 시작해 40년간 기자로 근무한 베테랑인 로젠탈 소장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저널리즘과 접목시킬지 고민한 결과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켰다. 현재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다. 기부금을 내면서도 매체에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려 하지 않고 좋은 기사만을 만들 것을 강조하는 미국의 기부문화가 일조 한 것이다.


연수팀이 캘리포니아 와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와치는 ‘부러진 방패’로 미국에서 권위있는 탐사보도상 2개를 석권했다. 주 경찰이 시설에 수용된 지적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허위로 근무시간을 부풀려 과다한 초과근무수당을 타내는 비리를 밝혀내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던 것이다. 5차례의 연재를 통해 경찰이 직무를 태만히 해 ‘방패’역할을 못한 점을 파헤친 탐사보도다. 나중에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제의까지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좋은 탐사보도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시간, 돈, 유능한 인력이 필수적이다. 뉴스보다 독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폴랫폼이 중요하다. 정부가 정보를 통제해서는 안되지만 아직도 통제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언론은 감시견(watch dog)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로젠탈 소장의 인터뷰 내용이 우리나라의 신문매체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많다.


○ 멀티플레이어 양성 : 버클리대학 저널리즘스쿨


이 저널리즘스쿨은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아니라 5~15년차 언론인의 디지털 전문성, 멀티미디어 기술 증진을 목적으로 2006년 설립됐다. 기사 작성, 사진 촬영,방송리포트, 동영상 촬영 등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면 선발될 수 없다. 그만큼 언론인을 멀티플레이어로 재 탄생시키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웹 글쓰기, 비디오 제작, DB 제작, 팀 별 심층보도, SNS 활용법 등이며 현장 전문가들의 특강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적어도 1곳 이상의 언론사에서 3개월 정도의 인턴십을 경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저널리즘스쿨은 과거 언론은 낙타가 실어오는 정보를 보도하는 ‘낙타저널리즘’이었다고 정의하며 이제 인터넷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가 봉사해야 할 독자에 대해 어떻게 서비스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기간이 다 된, 완전방전을 앞 둔 충전배터리 모양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갖지 못한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버클리대학 저널리즘스쿨은 남의 나라 얘기이면서 가슴에 와 닿는 현실임에 틀림없다.


해남신문은 23년 된 지역주간신문이다. 2년 전까지 6년 동안 전국지역주간신문중에 유료구독자수 최고였으나 이제 위기에 봉착했다. 창간 때부터 유지해 왔던 충성독자들이 고령화로 점차 독자대장에서 사라져가고 있으며 지역주간신문이 우후죽 순격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마치 1990년대 광역지방일간지가 앞 다투어 생겨난 것과 같은 현상이다.


지역신문의 여러 위기 속에서 주간지라는 발행주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시도는 몇 해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비록 주간지라 하지만 인터넷매체에 종이신문을 리얼타임 업데이트는 필연적으로 구독자 관리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칫 인터넷신문이 활성화되면 유료구독자들의 이탈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부분유료화 한다는 것도 위험천만이라는 경영 측의 진단으로 차일피일 미뤄왔었다.


이번 디플로마 연수로 지역주간신문 해남신문의 위기 탈출의 해법으로 지역밀착보도, 인터넷신문 활성화, 탐사보도 실현을 화두로 더 많은 실험을 통한 성과를 기대해 본다.


무작정 인터넷신문의 업데이트 주기를 최소화한다고 디지털혁신이 오는 것도 아니다. 이미 포털에서 ‘해남’뉴스 검색을 하면 군청 등 각 기관의 보도자료 메일링이후 한 시간 이내에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이러한 통신사와 일부 인터넷매체의 속보경쟁에 무리하게 끼어들어야 할 실익이 없다고 본다. 또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멀티플레이어’라는 용어가 종이신문의 IMF대량해고 사태이후 강요된 업무과중으로 변질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혁신을 위한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물론 당사자인 기자들의 인식과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차라리 지역밀착보도, 탐사보도를 통해 자사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위기를 탈출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디플로마연수에서 만난 지역밀착보도를 강화하고 통합뉴스룸 운영하는 뉴스데이, 기부금으로 탐사보도를 실현하면서 기부금으로 비영리언론기관의 모델인 캘리포니아 와치,기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양성하는 버클리대학 저널리즘스쿨에서 지역신문의 위기탈출구를 찾고자 한다.


해남신문은 이번 연수를 통해 OSMU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의 다양화와 기자 교육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디지털신문의 콘텐츠 강화와 차별화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이제 디지털신문도 양의 시대가 아니라 질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지역밀착보도와 탐사보도를 병행한 디지털혁신만이 살 길이다.


오영상 / 해남신문 편집국장

(knp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