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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현장/핫토픽

팔로 알토 패치(Palo Alto Patch)

지역 신문에서 하이퍼 로컬을 선점하자


ㅇ일 시 : 2013년 5월 16일 10:10


ㅇ인터뷰 : Stacie Chan(Associate Regional Editor,

               San Francisco Peninsula)


ㅇ정 리 : 박정미 / 부산일보 멀티미디어부 차장

                (likepea@busan.com)



패치닷컴(patch.com)은 한 마디로 지역신문 프랜차이즈라고 보면 된다. 지난 2009년 미국의 AOL에 매각된 뒤 현재 미국 전역에 걸쳐 900여 개의 사이트를 갖고 있다. 패치는 정식으로 기자교육을 받은 시민기자를 활용, 지역의 크고 작은 뉴스를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지역 상권을 광고로 끌어들이는 모델이다. 즉, 하이퍼로컬(Hyper-Local)을 커버함으로써 지역신문조차 다루지 못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하는 온라인 전용 모델인 셈이다. 부산일보 등 광역신문이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커뮤니티를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필자 입장에서 패치닷컴의 성공은 신선한 충격이자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디플로마 연수팀과의 인터뷰에 응해준 Stacie Chan은 20대 후반의 당찬 중국계 미국인 여성이었다. 지역총괄 편집장(Regional Editor)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그녀는 현재 13개의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에 대한 인상을 고백하자면저널리스트라기보다는 잘 훈련된 대기업 관리직 간부 같았다. 이는 AOL의 중앙 집중적인 관리 방식에 기인한다. AOL은 대규모 자체 광고 네트워크를 비롯해 전국광고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팀과 자체 기술력으로 모든 사이트를 중앙에서 직접 관리한다.


패치닷컴은 4만~8만 명이 살고 있는 한 시티당 한 사이트 개설이 원칙이며 인구수, 중산층, 비즈니스 상황 등 60여 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사업성 있는 곳인지를 판단한 뒤 해당 지역을 선정한다. 편집자 한 명이 한 사이트를 관리하며 필드에디터와 커뮤니티에디터가 따로 취재하는 형식이다. 사진이나 비디오를 담당하는 에디터는 여러 사이트를 함께 뛰기도 한다고. 그리고 실제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뉴스와 블로그가 혼재돼 있다.


패치닷컴의 모든 편집자는 지역공동체에 직접 살고 있으며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 얼굴과 이메일, 전화번호, 관심사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또 이 사이트의독자들은 편집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필요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지역신문 사이트와는 달리 독자와 기자 간의 피드백과 소통이 확실하게 이뤄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곳 단일 사이트의 순수 방문객 수는 월 100만 명 수준. 그러나 지역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비디오광고, 스폰서광고 등의 효과는 좋은 편이다. 또 이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캘린더 서비스다. 지역 사람들은 자신이 홍보하고 싶은 행사나 모임을 사이트에 직접 올리고 또 확인함으로써 커뮤니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다음은 Stacie Chan과의 일문일답


△ SNS로 지역민과 소통한다고 했는데 주로 무엇을 얘기하는가.


-콘텐츠가 발생하면 페이스북, 트위터, 텀블 등에 바로 올려 지역민과 소통한다. 또SNS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를 파악해 낸다. 즉, SNS로 지역 이슈에 대해 지역 주민과 심도 깊은 논의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사이트는 공동체 번영과 함께하는 저널리즘 모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한다는 의미를 설명해 달라.


-지역 고등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턴 대학생과 지역 블로거들이 기사를 쓰는등, 지역과 이해관계를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온라인 신문 제작에 동참시킨다는 뜻이다. 또 캘린더 서비스를 통해 학교·공동체·자선단체가 하고 있는 이벤트를 자발적으로 올리도록 하고 있다.


△ 광고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지역 광고를 영상 앞에 삽입하는 형태인 비디오 광고가 패치닷컴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다. 또 스폰서·협찬 기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900개 사이트의 모든 광고는AOL 본사의 광고 에디터가 관장하고 통제한다.


△ 스폰서·협찬 광고성 기사를 쓰는데 대한 윤리적 고민은 없는가.


-가령 닛산으로부터 협찬을 받는다고 하면 닛산의 신환경 자동차에 대한 기사를 쓴다. 어차피 기자가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 통제할 수 없다면 어떤 내용이든 쓸 수있지 않나.



현재 서비스 중인 팔로알토 사이트(http://paloalto.patch.com/) 홈페이지. 뉴스와 블로그, 게시판 서비스를 한 화면에 담고 있다.


△ 지역에 따라 잘되는 사이트가 있고 잘 안 되는 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이익 배분은 어떻게 하는가.


-물론 그렇다. 패치닷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AOL에 직접 고용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경력과 능력에 따라 연봉의 차이가 있다. 또 영업이익이 잘 안 나는 지역은 잘 되는 사이트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트래픽이라든가 질적인 평가에서앞서는 사이트가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이트를 코치하면서 상호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 패치닷컴은 어떤 지역에 개설해 주나.


-지역신문이 진출해 있는 인구 많은 곳은 안한다. 오히려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는 소지역을 우선한다. 패치닷컴의 경쟁자는 지역신문이지만 그들과 속보 경쟁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패치만이 보도할 수 있는 기사로 차별화한다고 보면 된다. 또 지역신문과 달리 지면이 없어서 싣지 못하는 기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


△ 패치닷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나.


-범죄, 비즈니스, 스쿨, 오피니언 순이다. 특히 비즈니스의 경우 레스토랑 사업자, 신규가게, 세금과 관련한 기사가 인기 있다.


△ 사이트마다 사진기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을 둘 수는 없을 텐데 어떻게 관리하는

가.

-데이터리더나 포토그래퍼 등은 여러 사이트에서 함께 활용한다. 또는 모범샘플을 만든 사이트를 모방하기도 한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연수팀은 패치닷컴 모델이 한국에 어떤 형태로 들어올 것인지 의견을 나눴다. 미국은 AOL이라는 통신업체가 이 모델을 사들였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등 공룡 포털이나 카카오톡 등에서 눈독 들일 만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해 보라. 수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고 자본과 시스템을 이미 다 갖추고 있는 포털이 각 지역마다 취업에 목마른 젊은 기자들을 한 명씩 투입, 깃발을 꽂는 장면을. 물론 지역 언론사들의 반발에 부딪치겠지만 지역정보라는 미명 아래 거대 지역 카페와 파워 블로거를 등에 업고 포털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생산해 낸다면 그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신문사에서 Hyper-Local 개념을 먼저 선점하는 건 어떨까. 앞으로는 지역신문사의 홈페이지도 본지 서비스의 온라인 서비스라는 하위 개념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를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포털의 장벽 앞에 무릎을 꿇고 페이지뷰에 매몰돼 인기 검색어 기사에 목맬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포털이 잘하고 있는 부분을 적극 수용, 지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고 지역 주민과 지역신문을 어떻게 링크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