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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현장/핫토픽

페이스북(Facebook)

페이스북 성공신화 현장에서

광주 문화수도 길을 묻다


ㅇ일 시 : 2013년 5월 17일 16:00

ㅇ정 리 : 김일환 / 광주일보 편집부국장

             (kih8@chol.com)


지난 17일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혁신’ 연수차 미국 실리콘밸리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과 주간토론을 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들은 터라 내심 기대했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토론은 끝난 이후였다. 하지만 페이스북 직원들이 ‘해피아워’라 부르는 파티타임에 함께 참여하게 돼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와인과 맥주가 무한대로 제공되는 해피아워는 페이스북 직원들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작은 마을의 공원을 연상시키는 회사 광장에는 직원들이 필드하키를 즐기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하루 종일 정성들여 만들어진 돼지 바베큐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또 다른 직원들은 삼삼오오 가든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나누며 담소하고 있다. 회사라는 분위기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자유분방함과 살아 넘치는 에너지가 이방인으로 하여금 색다른 소회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24시간 열려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식당, 어떤 음식이든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수 있는 것은 물론 제공되는 모든 것이 공짜라는 혜택까지 넘치는 풍요로움이 부럽기까지 했다. 또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자기가 맡은 미션만 완수하면 아무도 통제하지 않은 완벽한 자율시스템은 왜 페이스북이 그 짧은 시간에 초대박신화를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 자율 속에 핀 대박신화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필자가 만난 한국출신 직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치열한 도전정신과 끊임없는 열정이 페이스북신화의 에너지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직원들이 ‘해피아워’를 즐기고 있다.


페이스북 마을에는 군데군데 한쪽 벽면이 없이 완전히 열린 사무실들이 있다. 필자가 인터뷰한 한국인 직원은 그곳을 ‘워게임룸’이라고 불렀다. 컴퓨터 몇 대만 덩그러니 놓인 그곳은 페이스북 직원들의 열정이 폭발하는 곳이라고 한다. 미션이 주어지면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팀을 꾸려 전쟁을 하듯 그곳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미션이 완성되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머물며 격렬하게 토론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전쟁처럼 치른다. 다른 직원들은 지나다니며 그 작업 광경을 고스란히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른 미션팀에 영향을 미쳐 시너지효과로 작용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글로만 접해왔던 저커버그왕국의 실제 모습은 자율과 도전 그리고 열정이라는 세 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마크 저커버그의 확고한 철학이 밑바탕이 되고있다. 투자는 하되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명제 아래 자유의지로 대변되는 해커정신이 기업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저커버그는 누구인가. 하버드대학의 교내 SNS에 불과했던 페이스북을 9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110조의 자산가치를 가진 거대기업으로 만든 이다. 28세 젊은 나이로 21조의 벼락부자가 된 그는 무형의 콘텐츠를 천문학적 부로 일궈낸 현대판 마이더스 인 것이다. 페이스북의 짧지만 매력적인 성공담은 2004년 하버드대 기숙사 커크랜드하우스 H33호실에 모인 괴짜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커버그는 유태인으로 1984년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심리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저커버그는 어릴 적 성인식을 ‘스타워즈’ 테마로 꾸밀정도로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한 다음 좋아할 만한 다른 음악을 추천해 주는 ‘시냅스’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회사의 관심을 끌었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후 컴퓨터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는 엄청난 시간을 컴퓨터 프

로그램 인코딩에 쏟아 부었다. 여러 개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벌이던 저커버그는 어느 날 가입자를 초청해 각자 취미와 음악 취향, 개인 정보 등의 ‘프로필’을 작성해 친구들과 연결하면서 자신의 인맥을 만들 수 있는 ‘더페이스북’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그를 유명 인사로 만든 ‘페이스매시’, 당시 한창 뜨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프렌드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것이 페이스북 성공신화의 시작이었다. 페이스북의 인기는 하버드대를 넘어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8년 만에 이작은 SNS의 네트워크는 세계를 정복했다. 이제는 세계 9억 명을 잇는 네트워크로 디지털혁명의 총아가 되었다.



◆ 페이스북 벤치마킹을 저커버그 신화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문화수도 광주의 현실이 오버랩됐다. 문화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부로 이끌어야 하는 점에서 페이스북의 성공신화는 시사하는바가 크다. 과연 그렇다면 작금 광주의 토양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성공신화를 쓸 수 있는 걸까허나 문화수도 광주의 현실은 암담하기 짝이 없다. 드러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창조를 외치는 광주시의 문화 정책은 지원한 만큼 간섭하겠다는 원칙을 굳건히 고수해 방만한 이벤트성 사업과 관치 위주의 콘텐츠에 매몰되어 있다. 내년 개관을 앞둔 문화의 전당은 도대체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하는지 그 담론조차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인기업 중심의 콘텐츠 업체들은 관급 지원에 목매어 있고 변변한 문화기업 하나 보이질 않는다. 과연 이런 토양에서 아시아문화를 이끌어갈 거대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을지 또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창조적 문화산업이 부흥할 수있을지 의문이다.


필자는 감히 페이스북 벤치마킹을 화두로 던져보고자 한다. 광주판 저커버그 탄생을 위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투자는 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율적인 문화산업의 토대를 구축하길 바란다. 열정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문화기업을 열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 또한 마련했으면 한다. 누구나 광주에 오면 문화산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의 판을 열 수 있는 공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문화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공장식 획일적 교육으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창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육해법을 지금부터서라도 고민해야한다.


무엇보다도 관치위주의 문화산업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에 대한 행정지원은 직접지원에서 자율성의 바탕위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 요체다.


문화산업은 아시아문화발전소인 광주의 미래식량이다. 그 미래식량을 만들어내는튼튼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문화수도가 광주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