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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절대빈곤 퇴치와 우리

빈곤하면 아프리카가 떠오른다. 앙상한 뼈만 남은 아이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빈곤은 비단 한 사람의 불행에서 그치지 않는다. 빈곤하기 때문에 먹을 것을 찾아 자연을 파괴하게 되고 열대우림에서 사는 거주민들은 아름드리나무를 마구 베어내어 지구 온난화를 앞당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빈곤은 또 테러리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심각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가 나선 것은 꽤 오래되었으나 가장 최근의 예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던 해에 있었다.


2000년 9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개발과 빈곤퇴치를 위한 천년개발목표에 서명했다. 세계 각국은 개도국의 빈곤 등 여러 문제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함을 깨달았다.천년개발목표는 크게 8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절대빈곤의 축소다. 


1990~2015년까지 하루에 1달러(약 1100원, 현재는 1.25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400원 내외)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 비율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둘째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초등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런 목표들을 정기적으로 검토하여 달성 여부를 점검해왔다. 그런데 절대빈곤 축소는 목표연도인 2015년보다 5년 먼저 달성되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유럽 등 다른 선진국으로 확산되면서 절대빈곤 축소가 쉽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괜찮은 성과다.

통계를 보면 1990~2010년까지 개도국에서 절대빈곤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1990년 당시 개도국의 절대빈곤 인구는 43%를 차지했는데 20년 후에는 21%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거의 10억명의 사람이 절대빈곤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이제 2030년까지 절대빈곤 인구 가운데 또 다시 10억명을 줄이려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 중이다.


그런데 20년 간 절대빈곤 인구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듯하다. 일등공신이 중국이다. 중국이 1979년부터 개혁 개방 정책을 도입하면서 1990년대부터 거의 평균 9%가 넘는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6억 8000만명의 사람을 절대빈곤에서 구제했다. 1980년 인구의 84%가 절대빈곤에서 허덕였는데 이제 이 비율은 10%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터이어서 절대빈곤을 줄일 수 있는 곳은 인구 11억명을 거느린 인도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검은 대륙으로 경제 발전이 매우 어려워 보였던 아프리카도 그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을 기록했다.


남수단은 올해 32.1%, 시에라리온은 17%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도나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부정부패가 심각하여 빈곤퇴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절대빈곤의 퇴치는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 제공국(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지난해 우리의 해외 원조액은 1조원이 조금 넘었고 올해 2조원으로 늘어났다. 선진 공여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0.31%를 해외 원조로 지출하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우리 원조액이 4조원은 돼야 한다. 많은 젊은이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로 가서 그동안 우리가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드라마나 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 등을 전수해주는 한국형 원조 모델이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도 이런 활동으로 절대빈곤의 퇴치에 기여할 수 있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경산신문 2013.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