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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김기찬·송창석·임일 지음/성안북스 펴냄(2015)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잘나가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이다. 기차역이 승객과 기차를 연결해 주듯이, 플랫폼형 기업들은 사람들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연결하는 매개체 노릇을 한다.


플랫폼형 기업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애플이다. 애플은 다른 휴대전화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한적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때 아이폰에서 누구나 앱(App)을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그러자 30개월 만에 30만개 이상의 앱이 만들어졌다.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자들의 창의력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 경제와 경영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면 바로 플랫폼이 성공의 핵심어로 등장한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무수히 많은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경계가 엷어지면서 지식이 평준화된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책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이런 변화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가는지 짚으면서, 경영학자의 관점에서 성공하는 플랫폼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를 조언하는 책이다.


전통적인 기업경영이 물건을 잘 만들어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고객, 공급자, 플랫폼 기업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하려 하지 않고 외부의 능력을 잘 결합해서 한결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가동되는 시장은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다. 사실 광고주와 독자를 연결하는 신문이 전형적인 양면시장이란 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단면시장(single-sided market)에서 활동했기에 이런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 경영의 주류였다. 전자업체라면 소프트웨어보다는 좋은 기기를 만드는 데 목숨을 거는 식이다.


이와 달리 플랫폼은 생태학적으로 접근한다. 유기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환경과도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본다. 생태계는 폐쇄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고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한 곳이다. 누구나 참여해 플랫폼을 확장하거나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플랫폼에서 강조되는 것은 개방, 공유, 협업 같은 정신이다.


기업의 플랫폼 전략은 기업의 틀을 넘어 생태계를 창조해가는 것이다. 스스로 꽃이 되어 벌과 나비가 몰려들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지배자라기보다 고객을 흥분시키는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성공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무엇보다 “와서 머물게 하라”에 충실했다. 즉 뭔가 실용적인 이득이 있어야 고객이 오고 와서 재미가 있어야 다시 온다. 그래서 ‘솔루션’과 ‘재미’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여기서 상호작용을 만드는 것은 킬러 콘텐츠인데 아이팟은 음원이 킬러 콘텐츠였다.


사실 논란이 많은 대·중소기업의 상생도 플랫폼적인 접근을 하면 해결될 수 있다. 대기업이 판을 깔아놓으면 중소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해 혁신(개방형 혁신)을 하고, 이게 모여 대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저널리즘학 연구소 연구위원 (2015. 5. 7.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