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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높은 월세전환이율, 모기지 대출이자에 가까워져야


월세의 경제학 


현재 월세전환율은 6~7% 정도

담보대출 이자율보다 높아


비싼 월세 내고 사느니 차라리

대출받아 집사겠다는 사람 나와야

그러려면 집값이 더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는다는 기대 만들어져야


* 월세전환율 : 전셋값 기준 연 이자율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번호표 받고 기다려야 한다. 서로 자기에게 달라고 하니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팍팍 올린다.


반대로 월셋집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월세를 꺼린다. 매달 ‘써보지도 못하고’ 수십만원을 내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달라는 금액도 주먹구구식이어서 바가지 쓰는 느낌이 들어서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구조가 변하고 있어 앞으로 전세는 자취를 감추고 월세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입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듯 매달 수십만~수백만원을 월세로 내면서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일까? 주택시장이 합리화되면 지금보다 부담이 낮아질 수 있을까?


우선 월세가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지난해 서울·수도권의 월세 거주 비율(보증부 월세 포함)은 23%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을 빼고 임대차 시장만 놓고 보면 월세가 전세 비율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제는 신혼부부가 전세가 아니라 월세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때 학교 앞 원룸에서부터 시작된 월세 인생이 죽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높은 주거비 부담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것을 보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전세가격이 1% 오를 때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민간소비는 단기적으로 0.37%, 장기적으로 0.1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금 올려줄 때 못지않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압박이 심하므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월세 사는 사람은 얼마를 부담하고 있을까?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 월세를 사는 사람은 평균 82만원을 다달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일부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984만원, 통상의 임대계약 기간인 2년 동안 2000만원 가까이 지불하는 셈이다. 강남구에서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202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최근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월세전환율이 6~7% 정도라고 한다. 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전셋값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전세금이 2억원이었는데 집주인이 1억원을 보증금으로 하고 나머지 1억원을 월세로 달라고 할 때 곱하는 비율이다. 이 경우 월세전환율이 7%면 연간 월세가 700만원, 월별로 약 60만원이다. 월세전환율은 2002년 말에는 10% 정도였는데 월세 물량이 늘어나고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내려온 것이다.


월세는 집이라는 공간과 시설을 한달 동안 빌려 쓴 데 따른 사용료다. 이론적으로 월세는 그 집을 사서 유지하는 데 드는 금융 비용과 근접해야 한다. 아파트 매매 가격이 5억원이고, 담보대출 이자율이 4%라면 연간 월세는 연간 2000만원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 떨어지기는 했지만 현재의 월세전환율 6~7%는 이보다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민한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이자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아서 차익을 남기고 있다. 불합리한 시장에서 아비트리지(차익거래)의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사무용 부동산은 오래전부터 금융투자 수익률에 준해서 적정 임대료를 계산해 왔다. 하지만 주거용 건물에는 이런 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전세라는 우리의 독특한 임대제도 때문이었는데, 이 역시 나름의 합리적인 면이 있었다. 과거 개인이 주택 구입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웠을 때, 전세는 세입자에게서 무이자로 돈을 빌리는 수단이었다. 전세 보증금은 집주인의 전체 투자비용 대비 저렴하게 책정이 됐는데, 자금 융통의 편의에 따른 대가,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모두 변했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집값은 오를 가망이 별로 없다. 오히려 지금 7%에 이르는 월세전환율에는 집값이 더 떨어질 위험을 집주인이 감내하는 데 따른 ‘위험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과도기이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월세전환율은 결국 모기지 대출 이자율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그 비싼 월세를 내고 사느니 모기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값이 더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어렵긴 하지만 시장이 계속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봉현 한겨레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 2013.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