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남북한의 원칙 없는 ‘한반도 정책’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 할 수 없는 일들이 산적해있다. 국내적으로는 ‘민영화’관련 이슈가 추운 겨울날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북한 문제도 여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남북 회담을 열지 못했다는 것은 북한 길들이기가 아닌 상호간 ‘떼쓰기’ 전략의 결과물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법 하다. 3차 북한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위기, 남북당국자 회담 취소, 이산가족 상봉 취소 등 대치국면이 조성될 때 마다 남북은 화해는커녕 상대가 먼저 잘못했다며 ‘삿대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남는 것은 언론 지면상에 ‘서울 불바다’, ‘북한 3월 도발 설’ 소식 뿐 이었다. 이 와중에 중국은 지난해 11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고 이에 맞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동아시아를 순방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정부에 ‘미국에 배팅하라’는 말을 남겼다. 한반도 정세가 주변국가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는 찝찝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미동맹’이 있으니까 라는 안도감만 한국사회에 감돌뿐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싸움을 할 때, 꼭 ‘내 말이 맞다’면서 큰 소리 친다. 그러면서 ‘나 건들면 우리 큰 형님한테 이른다’고 말한다. 여기서 큰형님은 국가로 치면 미국이나 중국을 말한다. 주체적으로 뭔가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은 꼬마 아이나 국가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명명된 대북정책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서도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뢰프로세스가 오히려 상대방을 압박하고 굴복하는 ‘실례프로세스’가 아니냐는 주장이 그래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새해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물론 대통령의 발언 하나로 모든 정책들이 한 순간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지금과 같은 남북 대결국면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통일 대박’과 관련한 발언과는 달리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한반도 위기 내용이 도를 넘고 있다. “대대 급으로 진행되던 훈련이 이미 일부 지역에서 연대 급으로 확대됐고, 다음 달부터는 수만 명이 참가하는 군단 급 수준이 될 것(MBN 1. 14)”, “최근 국방부가 또다시 확인했듯이 훈련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 유사시를 대비하기위한 방어적 성격의 연례 연습’임에도 북한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해마다 이를 빌미로 한반도의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조선일보, 1. 15)”며 남북한의 연례적인 군사훈련조차도 한국언론은 서로를 향한 도발설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방부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도발을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 유화국면을 조성하는 대북심리전을 강화하고 북미간의 긴장을 초래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훈련에 대해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1994년 제네바 사태처럼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합의-폐기-도발’이라는 ‘한반도 위기 3원칙’이 반복될 우려가 높다. 우리는 그동안 한반도 위기 국면의 원인을 남북관계에서만 찾았다. 이제는 좀 더 입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정략적 의도가 아닌 상식의 눈으로 남북관계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박 대통령 자신이 일관된 대북 원칙이 없다. 자신의 국내정치적 필요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즉흥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쪽에서는 유화국면을, 한쪽에서는 강경대치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이제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패턴이 된 듯하다. 남북통일은 우리만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과의 상호 화해∙협력체제가 무르익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부 당국자와 언론은 섣부른 위기설을 삼가야하며 북한 또한 남한 당국자에 대한 막말을 삼가야 한다. 새해에는 좀 더 원칙 있는 ‘한반도 정책’을 기대한다.
최종환 저널리즘학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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