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늘려 중소기업 활성화? 있는 거나 잘해라”
미디어오늘
홈쇼핑 채널이 또 생길 전망이다. 7번째다. 당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이후 입장을 바꿔 제7 홈쇼핑 신설에 발벗고 나섰다.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되 민간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100% 공영 방송으로 운영하고 판매 수수료도 낮게 받는다는 게 미래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명분도 취약하고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언론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박상호 미디어로드 연구실 실장은 “중소기업 판매 비율을 늘리는 건 재승인 정책으로 해결 가능하다”면서 “신규로 홈쇼핑을 승인하면 채널 송출료가 더욱 늘어나고 판매 수수료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 새로운 비용을 전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미래부 구상처럼 50~60번 채널을 받게 되면 사실상 죽은 채널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홈앤쇼핑이 중소기업 판매 비중이 80% 이상, NS홈쇼핑이 농수산물 판매비중이 60% 이상이고 다른 홈쇼핑 채널들도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재승인 조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굳이 홈쇼핑 채널을 늘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새로 홈쇼핑 채널을 설립해야할 타당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채널로 출발한 홈앤쇼핑은 일부 히트 상품을 중복 판매하는 데다 정작 황금 시간대에는 대기업 제품을 판매해 당초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시 중소기업 활성화를 목표로 내걸었던 우리홈쇼핑은 결국 롯데홈쇼핑에 매각됐다. 사진은 홈앤쇼핑 방송 장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기존 홈쇼핑 채널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시장에 채널이 하나 더 생기면 황금 채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결국 유선방송 사업자들만 좋은 일이 될 거라는 우려다. 한때 홈쇼핑 채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홈쇼핑 이용자들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플랫폼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장경수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에 따르면 홈쇼핑 6개 채널 판매 수수료는 34.4%다. 만원짜리 상품을 팔면 3500원 정도가 매출로 잡히는데 이 가운데 1000원(31%)은 유선방송 사업자에게 채널 사용료로 지불하고 나머지 2500원은 영업이익(45%)과 방송발전기금(2%), 콜센터(5%), 물류비(7.5%), 카드 수수료(10%) 등으로 쓰인다. 장 교수는 “신설 홈쇼핑의 판매 수수료가 낮아지면 기존 업체들도 출혈 경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과거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도입됐던 채널들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존의 홈쇼핑 채널이 도입 취지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노 팀장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의무전송해야 하는 채널이 19개인데 여기에 MBC와 SBS, KBS2와 함께 홈쇼핑 7개를 더하면 30개 가까운 채널을 의무 전송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 30%의 판매 수수료를 10%로 낮추면 최소한의 수익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정권 바뀔 때마다 홈쇼핑 채널을 계속 늘리다 보면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의 수익구조가 왜곡돼 송출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홈쇼핑 출현은 방송산업 전체를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홈쇼핑 채널 신설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과연 소비자들이 그걸 원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중소기업 제품만 유통해 홈쇼핑을 운영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던 우리홈쇼핑이 롯데그룹에 인수돼 롯데홈쇼핑으로 변경됐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기존 사업자들의 우려도 있지만 애초에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이라는 게 수익성이 전혀 없는 데다 가뜩이나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50번대 채널을 받아서는 반드시 망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완전 공영제로 운영한다고 하지만 결국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지분을 매각하거나 엄청난 적자를 내고 문을 닫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 저널리즘학 연구소 연구위원 (2014. 10. 17.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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