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와 쟁점/칼럼/기고

스마트 미디어 시대, 방향 잃은 올드 미디어의 미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 방향 잃은 올드 미디어의 미래는


VOD 시장 확대, 방송의 통신 종속 심화… 수신료 인상, 마지막 ‘떡고물’을 잡아라

새해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변수는 KBS 수신료 인상이다.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안이 이미 KBS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의결을 거쳐 국회 통과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KBS의 공정 보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지만 수신료가 1981년 이후 34년 동안 오르지 않았고 마침 2015년이 선거가 없는 해인 데다 새누리당의 의지가 강하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 상황이라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KBS는 2015년 수신료 인상을 목표로 잡고 단계적으로 KBS2 광고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2019년까지 광고를 완전히 폐지하고 주문하고 있다. 삼성증권 등의 분석에 따르면 KBS의 줄어든 광고매출의 40% 정도가 자연소멸되고 24% 정도는 MBC가, 18% 정도는 SBS가 가져가게 된다. 나머지 12% 정도를 케이블 채널 사업자(PP)들이 나눠 갖고 최소 6% 정도가 종합편성채널들에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도 선물을 안겨줬다. 논란이 됐던 광고총량제를 도입했고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BS에 우선적으로 MMS(다채널 방송)가 허용돼 EBS-1 채널이 신설될 예정인데 KBS 등에도 추가로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과 달리 중간광고 없는 광고총량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고, 광고 없는 MMS도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00MHz 주파수 배분도 여전히 첨예한 쟁점이다. 이미 재난망 주파수를 할당한 뒤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남는 주파수를 모두 지상파 몫으로 배분해야 전국 단위의 지상파 UHD 방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여전히 이 대역 주파수의 일부를 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국회가 비교적 지상파 방송사들에 우호적이지만 미래부의 의지도 강력해서 지상파 UHD 방송의 미래를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료방송 시장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수신료가 턱없이 낮고 그나마 홈쇼핑 송출 수수료로 돈을 번다. 지상파 방송은 일찌감치 2012년 1월 완벽하게 디지털로 전환됐는데 여전히 케이블 방송은 아날로그 가입자들이 절반 이상이다. 이 먹을 거 없는 시장에 통신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IPTV를 저가 결합상품으로 끼워 팔면서 유료방송 시장 전체가 출혈 경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새해에는 덤핑 경쟁이 완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승자독식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유료방송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유료방송 가입자가 전체 가구 수의 14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통신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계속되면서 케이블 가입자가 IPTV에 중복 가입하거나 IPTV로 갈아타는 추세다. 출혈 경쟁이 마무리되고 하위 사업자들이 도태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수익을 확대하는 국면으로 옮겨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IPTV 결합상품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IPTV 가입자가 200만명 가까이 늘어났으나 2015년에는 한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통신 3사의 결합률은 KT가 72.5%, LG유플러스가 68.1%, SK브로드밴드가 59.0%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결합률의 고점을 80% 정도로 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가입자를 늘릴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유료방송 시장은 본격적으로 과점 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종합편성채널과 CJ E&M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지상파와 종편, CJ 등이 방송 콘텐츠를 3분하는 구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시장에서는 SO와 IPTV 사업자들이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면서 씨앤앰 등 하위 사업자들을 인수합병하고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는 시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와 N스크린 서비스 등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축이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이질적인 플랫폼이 충돌하면서 양적 성장에 주력했다면 새해에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질적 성장을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들 거라는 전망이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시간 시청률이 하락하고 VOD 등 2차 유통을 통한 콘텐츠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플랫폼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 종속도 심화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콘텐츠 공급을 끊고 네이버 등과 제휴 계약을 체결했지만 장기적으로 콘텐츠 소비가 포털과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른바 본방 사수 문화가 사라지고 VOD 수요가 늘어나면서 IPTV는 물론이고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콘텐츠 직접 판매로 얻는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을 합산해서 규제하는 통합 방송법이 통과되면 KT의 가입자 확대가 제한되고 상대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혜택을 보게 된다. KT가 총력을 다해 국회 일정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반KT 진영의 요구가 강력해서 시간 문제일 뿐 결국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스카이라이프를 계열 분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반적으로 방통위와 미래부는 방송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지만 유료방송의 저가 고착화 문제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플랫폼이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수신 비율 제고에도 관심이 없고 재송신 수수료(CPS) 분쟁도 수수방관해왔다. 방통위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새해라고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새해에 특히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15년 미디어 업계는 꺼져가는 광고시장의 파이를 누가 집어가느냐를 두고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KBS 수신료 인상이 그나마 마지막 떡고물이 되겠지만 수신료 인상과 별개로 콘텐츠 판매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전면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막강한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떠오른 IPTV와 모바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는 포털이 방송시장의 새로운 키 플레이어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 저널리즘학 연구소 연구위원 (2014. 12. 31.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