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와 쟁점/칼럼/기고

‘성역 없는 비판’ 샤를리 정신 연대


‘성역 없는 비판’ 샤를리 정신 연대


한 목소리로 저널리스트 사명 공유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수많은 프랑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었고, 프랑스 언론은 좌우 할 것 없이 연대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러 당일인 지난 7일, 프랑스 언론인들은 메디아파르트 사무실에 모여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 토론은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언론이 이 테러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좌파언론 ‘뤼마니떼’, 온라인 비평지 ‘아레 쉬르 이마쥬’, 보수 언론 ‘르피가로’의 기자들을 비롯해 대표적인 프랑스 언론사 저널리스트 20명가량이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은 토론을 통해 몇 가지 합의에 도달했다. 


먼저, 이들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테러이며, 표현의 자유는 언론인의 특혜가 아닌 모든 시민들의 권리이기에 결국 프랑스 시민, 나아가 공화국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러므로 지금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바로 표현의 자유이며 테러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모든 저널리스트들은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서로 정치적 성향이 다르더라도 오랜 투쟁의 열매인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연대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증오나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모든 프랑스인들이 종교, 출신, 문화, 인종을 막론하고 ‘프랑스 시민’의 자격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세계 시민이 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널리스트들은 이 비극을 프랑스와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발전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샤를리 에브도의 정신, 즉 모든 권위에 대항하는 성역 없는 비판 정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합의의 결과였을까. 테러 다음날인 지난 8일, 프랑스 언론은 일제히 샤를리 에브도 테러 공격이 프랑스를 강타한 충격의 파장을 전했다. 이들은 1면에서 이 테러를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고, 추모의 상징이 되어버린 ‘나는 샤를리다’라는 문구를 함께 실었다. 또한 이들은 이 테러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를 사설을 통해 내보냈다. 예컨대 ‘리베라시옹’의 편집국장 로랑 조프랑은 “우리는 우리의 사명을 지킬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독자들이 시민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을 강조했다. 또한 ‘뤼마니떼’는 사설을 통해 ‘테러리즘에 맞선 결속’을 주장했고, ‘르 파리지앙’은 ‘자유’를 지키는 길에 함께 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야만적 행위에 대한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모두 함께, 명확하게,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결코 우리의 자유와 우리의 가치가 살해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샤를리 에브도의 정신을 지속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민들은 정기구독을 신청했고, 프랑스 언론들 역시 발 벗고 나섰다. ‘르몽드’와 ‘프랑스 텔레비지옹’, ‘라디오 프랑스’는 샤를리 에브도의 특별판 발행을 위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고, 리베라시옹은 샤를리 에브도를 위해 사무실과 기자재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공영 라디오 방송인 ‘프랑스 뀔뛰르’는 문화부의 지원으로 지난 11일 테러 규탄 거리행진 이후 샤를리 에브도와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토론의 자리이기도 했던 이 행사의 수익금은 모두 샤를리 에브도와 희생자 가족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토론을 통한 연대. 어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위해 프랑스 언론인들이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진민정 파리2대학 언론학 박사/ 저널리즘학 연구소 연구위원 (2015. 1. 14.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