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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현장/최신정보

김성해 교수 "사립학교 지원처럼 '뉴스권' 강화해야"

김성해 교수 "사립학교 지원처럼 '뉴스권' 강화해야"

 

언론 보도마저 가짜 뉴스로 둔갑되는 시대… 저널리즘학연구소 5일 '뉴스사용설명서' 개최

 

 

'가짜 뉴스'라는 말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한 달 전 19대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문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지난 5일 서울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뉴스사용설명서'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끈다.

 

격주 수요일마다 개최되는 이 행사는 국내외 저널리즘 전문가들과 시민, 학생들이 뉴스 사용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은 세 번째 강좌로,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만약 뉴스를 빼앗긴다면?'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언론인 재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개혁성향의 언론학자다.

 

그는 뉴스의 본질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해방과 참여, 확장이 그것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부는 국민들의 삶을 철저히 통제했다. 뉴스가 박제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자 투쟁을 벌였다. 이후 민주화가 되면서 시민들은 참여를 통해 뉴스를 생산하게 됐다. 각자의 전문성과 개성을 살려 운영되는 1인 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공유와 협업을 통해 뉴스가 진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뉴스 생산에 적극 개입하는 일이 그런 경우다. 

 

한국 언론도 전후좌우 맥락 살펴야


알아야 할 뉴스를 접하지 못할 경우 자칫 개인의 재산과 생명, 명예가 박탈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혁당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1961년 8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아 대규모 지하조직인 인민혁명당이 결성됐다'며 언론인과 교수, 학생 등 40여 명을 검거한 사건을 말한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은 진실을 보도할 수 없었고, 국민들은 정부 발표에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온갖 고문과 가혹행위로 사건의 실체가 과장됐다는 것이 밝혀졌고, 2008년 서울중앙지법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교수는 "정권이 언론을 통제한 결과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독재의 무서움은 자신의 운명이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힘으로 좌우된다.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폐해는 이처럼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그는 "반공교육과 미국에 대한 맹종을 굳게 믿는 세력이 권력을 휘두른 결과 모든 현상을 빨갱이와 빨갱이 아닌 것으로 구분하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극우 집단은 정권에 반대하는 집단을 비판하기 위해 태극기는 물론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까지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언론은 '기계적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를 대등한 위치에서 프레임을 짰다. 권력과 뉴스가 결탁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구분하는 일이 어려워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 언론에 뼈있는 진단을 내놨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사 한 개당 1만 자로 구성된다. A4 용지 기준 8매 정도인데, 사건의 좌우 맥락과 원인과 결과, 향후 전망까지 곁들어진 스토리텔링 식의 기사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는 상대적으로 표피적, 이슈 중심으로 짜였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수용자 입장에선 사건 중심의 뉴스만 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뉴스답게 하려면? 소비자가 변해야

 

뉴스를 뉴스답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성해 교수는 소비자 즉 뉴스 수용자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부에서 무슨 일을 벌이는지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그는 "언론이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며 "모든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걸 접하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언론에 대한 포괄적 지원인 일종의 '뉴스권'을 강조했다. 가령, 한국에는 200여 개의 대학교가 있지만, 절반이 넘는 곳이 사립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개별 언론사는 상업성을 띄고 있지만 정부가 언론인 재교육, 탐사보도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