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큐레이팅, 클릭 낚시질은 마약만큼 위험”
미디어오늘
“말이 좋아 큐레이팅, 클릭 낚시질은 마약만큼 위험”
버즈피드-백달 논쟁, “우린 낚시질 안 해요” 주장에 “낚시 아니면 안 읽었을 질 낮은 기사들”
뉴욕타임즈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기록하는 버즈피드, 일찌감치 리스티클이라는 새로운 기사 쓰기 유형을 도입해 독자들을 끌어모았고 단순히 큐레이팅 서비스를 넘어 직접 기자들을 뽑고 탐사 보도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버즈피드가 “우리는 낚시질을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올리자 한 미디어 전문 블로거가 “웃기는 소리”라며 반박한 글이 화제다. 간단히 요약해 정리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코니 아일랜드(뉴욕 해안의 유원지)를 거니는 같은 느낌을 받는다. 놀이공원에서 소리치는 사람과 같다. ‘여기 세 발 달린 사람이 있어요.’ 호기심에 들어가서 보니 목발을 짚은 남자였다.” 뉴욕매거진에 실린 칼럼의 한 대목이다. 버즈피드가 이에 대해 “우리는 2009년부터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질(clickbait)을 중단했으며 낚시질이 효과가 없다는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닌 상황이 됐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버즈피드의 벤 스미스(Ben Smith)는 “버즈피드가 낚시질을 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 “우리는 독자들을 속여서 클릭하도록 만들 수는 있지만 공유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면서 “낚시질이 효과가 없다는 건 이제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취향이 어떻든 낚시질 당해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고 애초에 분문과 다른 내용의 제목을 내거는 건 독자들과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덴마크의 미디어 전문가인 토마스 백달(Thomas Baekdal)이 버즈피드의 기사를 신랄하게 반박한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백달은 “낚시질은 미래의 성공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글을 올려 “버즈피드의 글은 논점이 어긋났다”면서 “모든 버즈피드의 기사가 속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언론사들이 이런 낚시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백달이 소개한 낚시질 기사의 다섯 가지 유형을 간단히 요약한다.
낚시질의 첫 번째 유형은 독자들이 제대로 된 맥락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정보를 제목에서 빠뜨리는 것이다. 제목에서 정보를 충분히 주면 클릭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런 낚시질은 사람들의 시간을 두고 도박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버즈피드의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17가지 사실” 같은 기사는 특별히 짜증나는 사례지만 대부분 신문에서 볼 수 있다.
언젠가는 한 큰 신문사의 기사였는데 교통사고로 어린이들이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 클릭했더니 브라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뭔가를 궁금하게 만들거나 나와 전혀 관계없는 뭔가를 걱정하게 만들어서 클릭을 유도하는 이런 게 진짜 낚시질이다. 아이들이 죽는 건 안 된 일이지만 날마다 세계적으로 2만1000명의 아이들이 죽는다. 만약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면 일상적인 교통사고 대신에 이런 문제를 취재해야 한다.
또 다른 낚시질의 유형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은 것 같으면서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경우다. 우리는 이런 기사를 날마다 신문에서 본다. 이를 테면 애플 이벤트를 앞두고 수천 개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 기사들은 아무런 새로운 내용이 없다. 이런 기사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음으로써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좌절을 부추긴다. 세상은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게 돌아가기 때문에 가끔 기사 쓸 게 없을 때는 새로운 기사를 발명해내기도 한다.
어떤 신문은 스페인 열차 사고와 관련, 1주일 동안 32건의 기사를 썼는데 22%는 이전 기사에서 다룬 내용을 반복하는 아무런 새로운 정보도 없는 기사들이었다. 이 기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참담하다. 부상자 수가 200명에서 70명으로, 100명으로, 143명으로 늘었다가 131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178명으로 늘어나기를 반복했다.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기 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킨 경우다. 엉터리 기사로 클릭을 유도하는 이런 기사도 낚시질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면서 정작 기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엄청난 트래픽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런 기사를 우리는 숱하게 본다. 제목에서는 뭔가를 말하고 기사에서 이를 뒤집는 이런 기사는 클릭하기 전까지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없다. 이런 기사를 쓰면서 기자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데 독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이런 미친 짓을 그만둬야 한다.
카피 앤 페이스트 방식의 콘텐츠는 또 다른 형태의 낚시질이다. 불펌 콘텐츠에 눈길을 끄는 제목을 내걸고 클릭을 유도해 돈을 버는 건 사기에 가깝다. 업워디를 비롯해 대부분의 바이럴 사이트의 수익모델이다. 이들은 낚시질이 아니라 큐레이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건 사기다. 15년 동안 관찰한 결과 이런 유형의 낚시질은 이메일에서 커뮤니티로, 블로그로, 검색엔진 최적화로, 그리고 이제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이런 사이트들은 당장 폭발적인 트래픽을 즐기고 있겠지만 이들이 의지하고 있는 서비스에서 콘텐츠 스팸을 제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바꾸면 사라질 트래픽이다. 디맨드미디어를 비롯해 검색엔진 최적화로 장사를 했던 언론사들이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라. 몇 년 전 디맨드미디어는 뉴미디어의 업워디 같은 존재였다. 디맨드미디어는 아직 남아있지만 명성은 사라졌다. 물론 트래픽도 사라졌다.
요즘 유행하는 바이럴 사이트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명성은 클릭을 얻을 수 있는 동안만 지속된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바꾸기 시작했고 바이럴 사이트들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낚시질 콘텐츠 사이트들의 운명이다. 이들의 수명은 매우 짧다. 버즈피드가 펌질 콘텐츠 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한 콘텐츠도 만들기 때문에 써드파티 사이트의 알고리즘 변화에 덜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속이도록 만든 낚시질 콘텐츠도 있다. 소셜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는 이런 콘텐츠들은 코카인처럼 위험하다. 물론 코카인이 바이럴 콘텐츠 보다 훨씬 나쁘고 낚시질 콘텐츠를 읽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본질은 거의 같다. 단순히 제목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두뇌가 감내해야 하는 감정의 경험의 문제다. 만약 이런 낚시질을 하지 않았다면 클릭하지 않았을 기사와 진짜 읽고 싶어서 읽는 기사의 차이는 크다.
버즈피드가 쓴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17가지 사실” 가운데 8번째는 “아프리카와 가장 가까운 주는 메인주”라는 사실이다. 이건 사람들이 읽고 싶은 뭔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버즈피드는 사람들이 이걸 읽도록 만든다. 이건 콘텐츠가 아니라 마약이다.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 동안만 효과가 지속된다. 이것은 미디어의 미래가 아니다. 더 많은 트래픽을 얻는 장기적인 전략도 될 수 없다. 단순히 낚시질일 뿐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위원 (2014. 11. 17.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