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Big을 꿈꾸는 말레이시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선택이었다" (IMF 구조개혁을 거부한 결정을 회고하면서, 마하티르 총리)
1957년 말레이시아는 영국 등으로부터의 오랜 식민 상태를 벗어나 독립을 이루었다. 말레이시아의 정체(政體)는 입헌군주제이며, 9개 주의 세습 술탄(Sultan)이 5년마다 돌아가며 말레이시아 국왕(Yang di-Pertuan Agong)에 취임한다.
식민 모국이었던 영국의 영향으로, 상하 양원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선출되는 총리는 실질적인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며 국왕에게 국정에 대한 조언을 한다. 말레이시아 의회는 국민전선(Barisan Nasional)이라고 불리는 여당연합이 의석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연합에는 통합말레이기구, 말레이시아 중국인 협회, 말레이시아 인도인 회의 및 소수당이 있다.
여당연합 내 다수당인 UMNO의 대표가 독립 이래 계속해서 말레이시아의 총리직을 역임하고 있다. 여당연합의 구성에서 보이듯,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이다. 말레이계 민족이 인구의 50.4%, 부미푸트라(Bumiputra)라고 불리는 기타 토착민이 11%, 중국계가 23.7%, 인도계가 7.1%, 그리고 타이계, 인도네시아계, 중동(Mideast)계, 유라시안(Eurasian) 등이 인구의 나머지를 차지한다.
국민의 다민족적 구성은 말레이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특히, 1969년에 발생한 인종 폭동은 말레이시아 정부에게 사회 통합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는 국내 보안법(Internal Security Act)과 소요법(Sedition Act)의 강력한 집행으로 이끌어 집회 및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저널리즘 강령에 따르면 “언론은 국가 건설 과정에 기여하고, 인종 간 화합과 국가 통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며, 사회주의, 인종주의, 종교적 극단주의가 국가의 안녕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식하며,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국가의 자산이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미디어를 통한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1971년 말레이시아는 인쇄매체에 대한 운영허가제를 도입하였으며, 이는 1984년 인쇄출판법(Printing Presses and Publications Act)으로 그 모양을 구체화하였다.
법에 의거, 말레이시아에서는 어떤 형태의 신문사라도 매년 국가로부터 출판허가(License to publish)를 받도록 되어있다. 허가취소에 대해 신문사는 법원에 항소할 수 없으며, 신문사 폐쇄 후 새로운 출판허가를 신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 외에도 기자들은 일상생활 수준에서 보도와 관련한 탄압을 받는다. 정부가 불편해 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쓴 기자는 쉽게 해고되며, 혹은 승진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또한 해당 기자의 자녀들은 종종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인들은 때로 신원미상의 인물들에게 구타당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공식비밀법(Official Secrets Act)과 비방, 중상과 관련된 법안을 동원하여 언론자유는 쉽게 억압되고 있다. 이를 통해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갖게 된 언론인들은 자기 검열의 습성이 배게 된다. 외국 간행물에 대한 검열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8년 1월 <Economist>지는 이슬람관련 기사를 삭제한 후에야 비로소 말레이시아 국내에서 배포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미디어는 정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혹은 정부와 관련 있는 인사, 기관에 의해 소유,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공영 RTM(Radio Televisyen Malaysia) 방송국이다. 2009년 현재 RTM은 8개의 전국, 16개의 주(州), 7개의 군(郡) 라디오 채널과 2개의 전국권 텔레비전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미디어 그룹으로 UMNO의 영향 아래 있는 미디어 프리마(Media Prima Berhad)를 들 수 있다. 2003년 TV3 회사와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New Straits Times) 간의 통합을 통해 말레이시아 최대 복합 미디어 그룹으로 탄생하였다.
영자지로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말레이 메일>(Malay Mail), 그리고 말레이어 신문으로 <베리타 하리안>(Berita Harian)을 발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구독 부수가 높은 영자지는 <더 스타>(The Star)이다. 더 스타를 발행하는 스타 출판(Star Publications Berhad)의 대주주는 여당연합에 속한 말레이시아 중국인 협회(MCA)이다. 말레이어 신문 중에서는 우투산 그룹(Utusan Group)이 발행하는 <우투산 말레이시아>(Utusan Malaysia)가 최고의 구독률과 영향력을 자랑한다. 말레이시아인들은 그 정치적 성향으로 볼 때 우투산 말레이시아를 여당의 기관지와 다름없다고 인식한다.
중국어 신문으로는 4대 전국지가 있는데 목재업 재벌인 티옹 휴킹(Tiong Hiew King. 張曉卿)이 소유한 <신추 데일리>(Sin Chew Daily. 星洲日報)와 <광밍 데일리>(Guang Ming Daily. 光明日報), 그리고 여당인 말레이시아 중국인 협회(MCA)가 대주주로 있는 난양 프레스 지주회사(Nanyang Press Holding)가 발행하는 <난양 시앙 파우>(Nanyang Siang Pau. 南洋商報)와 <종구오바오>(China Press. 中國報)가 있다. <신추 데일리>는 35만 이상의 일일부수로 말레이시아 일간지 중 최고를 자랑한다.
홍콩의 <밍파오 신문>(Ming Pao Daily News. 明報)을 비롯, 중국, 대만, 미국에 걸쳐 여러 언론을 소유한 티옹 휴킹은 2008년 4월 난양 프레스 지주회사마저 인수함으로써 말레이시아 내 중국어 언론 독점체제를 완성했다. 이와 같이 말레이시아에는 현재 말레이어, 영어, 중국어, 타밀어 등으로 발행되는 30개 이상의 신문이 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두세 개의 신문을 매일 구독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각 신문 보도의 미세한 차이와 행간을 읽음으로써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외국 기업 유치의 필요성에서,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 산업단지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Multimedia Super Corridor)’의 성공을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러 차례 인터넷을 검열하거나 통제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였다(바네지, 2005, p. 24). 그러나 정부는 의도적으로 온라인에서 보도되는 정보는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는 믿음을 여러 수단을 통해 유포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체의 기자가 온라인 정보를 인용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Teaching online journalism’).
또한, 정부는 위에 언급한 법령을 동원해 온라인 뉴스 기자와 블로거들을 체포, 구금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적인 온라인 신문 말레이시아키니(malaysiakini.com)의 존재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반여당 개혁운동 리포마시(Reformasi)의 확산은 말레이시아에서 싹트고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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