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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역사쿠데타가 시작됬다.

2013년 역사쿠데타


역사쿠데타가 시작됐다. 주요대상의 하나가 5.16쿠데타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아마 그 핵심은 1961년의 5.16쿠데타를 2013년에 ‘구국의 혁명’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쿠데타의 현장은 근‧현대사 곳곳에 걸쳐있다.


지난해 대선국면에서 보인 박근혜 대통령의 5.16에 대한 역사적 인식문제가 직접적 계기였는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은 이를 현실화하는 강력한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에 대한 청문회는 그 일면을 보여주었다. “이 문제에 대해 답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해 달라”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공부가 돼있지 않다”는 답변 등이 그 신호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답변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는 ‘5.16이 군사정변인가, 혁명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해 편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한발 앞서 나간 발언이었다. 그의 이러한 시각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평가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종편TV 등이 5.18을 왜곡 보도한 것과 관련, ‘5.18은 정치적으로 대립된 이슈’라고 주장한 것이다.



출처 : http://minheetalk.net/1713



그 논란의 중심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과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할 만하다. 한국현대사학회 주도로 나온 역사교과서가 역사왜곡의 의혹을 받으면서도 지난 달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과서 검정심의위원회의 검정 본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교과서의 대표집필을 맡은 권희영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와 주요 집필자인 이명희 교수(공주대)가 모두 보수학자들로, 한국현대사학회의 회장과 교과서위원장이다.


이 교과서의 내용은 현재 수정‧보완중이며, 오는 8월30일 최종 합격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나 본심사 통과 뒤 탈락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의 내용이 지난 2008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교과서는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는가 하면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제주 4.3사건을 좌파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 대안교과서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치하했다. 오늘의 교과서 논란이 단순한 논란에 머물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점은 보수언론의 보도행태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족벌언론과 극우언론이 이 논란에 깊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현대사학회가 출범한 2011년 5월에 이 학회의 출범을 약속이나 한 듯 사설 등을 통해 환영했다. 그 환영의 목소리들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대한 자학사관과 좌편향 역사관을 청산하라는 요구였다.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며칠 전 한국현대사학회 등이 주관한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학술회의를 후원하고 기존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남로당식 사관, 아직도 중학생들의 머릿속에 집어넣다니’라는 사설을 통해 구체적 근거도 없는 주장들을 폈다. “좌파가 엮고 쓴 역사 교과서 채택률이 중‧고교에서 9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좌파가 교과서를 집필하면 좌파 전교조가 이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식적인 일반 사회인식마저 왜곡하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각이 바로 5.18에 대한 호도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종편채널 ‘채널A'와 ’TV조선‘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더구나 두 방송사는 5.18 33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군 출신 탈북자의 증언 형식을 빌려 5‧18민주화 운동을 마치 북한의 기획과 특공대 파견으로 발생한 폭동인 것처럼 방송했다.


이는 이미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이 역사의 최초 기록자로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18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완결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1997년 판결을 통해 광주 시민의 시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며 전두환 신군부의 폭력은 ‘국헌문란의 내란 행위’로 단정했다.


역사가 단순한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소설일 수는 더욱 없는 노릇이다. 일부 진보적 인사들마저 이와 같은 현상들이 진영논리의 심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에 분노마저 느껴진다. 보수언론과 박근혜 정부의 속성으로 보아 역사쿠데타는 계속될 것이다. 오는 8월30일 그 한 단면을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5.16 쿠데타는 쿠데타다.


김광원 저널리즘학연구소 소장 (미디어오늘 201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