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이념에서 이성으로 나아가자.
2014년 새해가 밝았다. 국내외 여러 사건사고들로 혼잡하게 돌아갔던 2013년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나갔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비판과 반성을 통해 나은 정권을 창출하리라 기대를 해본다. 사실 지난 2013년은 2000년대 이후 가장 기대를 모았던 해였다. 2012년 한반도 주변 정상들의 교체와 국내의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새로운 지도자로 한 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내외적으로 변화와 개혁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수와 진보진영은 이념대결로 순수한 정책대결은 볼 수 없었다. 이는 국내외 정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해 준비로 분주했던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제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는 급 냉각기에 들어갔으며 이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좌초될 위기에 놓여었다. 그리고 현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케 하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국가보훈처, 경찰, 국방부까지 전 방위적인 정치개입으로 비화되었다. 검찰수사에서 국정원은 대북심리전이라는 이유로 2012년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야권 후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8월에는 여야 합의로 국정원 국정조사가 실시되었지만 정치권의 의견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천주교 시국 미사 또한 우리사회의 이념 전쟁이 얼마나 크게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정치권과 언론이 전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후 대결국면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정권의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면 언론은 북한관련 이슈로 본질을 떨어트리는 행위를 지속한 것이다. 평화와 민주주의라는 문제의 핵심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에 이성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9월에는 북한위기소식이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65년 제2의 한국전쟁을 준비하고, 중국에 파병을 요청한 사실이 중국 외교부의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중국은 당시 베트남전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2013/10/24, YTN).” 50년 전의 일이었던 제2 한국전쟁 관련 소식이 국내 언론에 의해 다뤄지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정치권은 정보기관에 대한 개혁논의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어김 없이 나타나는 북한관련 소식은 한국 사회에서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2013년 12월 12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사실 또한 우리사회의 언론보도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었다. 이 소식이 국내외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했다.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철권공포정치의 하나이다”면서 “이러한 상태이기에 북한 군부가 충성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국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2013/12/13, 세계일보)면서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에서는 장성택 전 부위원장의 처형소식을 두고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으며 필요 이상의 북한 관련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김정은 눈썹이 지워졌다느니, 리설주 스캔들과 같은 소식이 과연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그래서 들기도 했다. 과도한 공포정치와 대결정치가 조장되고 있어도 언론은 무비판적이었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인 취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내용이 옳고 그른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2014년에는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와 지방선거가 예약되어있다. 정치권은 연초부터 선거 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동체가 영위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우리 사회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2013년을 돌아보면 회의적인 답변만 들릴 뿐이다. 이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만큼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최종환 저널리즘학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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