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시아 청년들이여, 사회 혁신가가 됩시다”
홍콩현대문화원 설립자 에이다 웡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포럼’ 참가
“남이 안간 길서 흥미로운 세상 만나”
‘청년’은 가슴 뛰는 단어다. 하지만 이제는 실업이니 좌절이니 하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현실에 눌려 질식한 듯한 청춘에게 “사회를 바꾸는 혁신가가 되라”고 등을 두드려주는 이가 있다. 홍콩의 시민운동가 에이다 웡(사진·홍콩현대문화원(HKICC) 설립자 겸 명예대표이사)이다.
3일 서울시청에서 막이 오른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에이다 웡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로 나설 것을 권했다. “현대의 사회문제는 너무 복잡해져서 정부 혼자서는 풀기 어렵습니다. 시민사회가 나서야 하는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협업으로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것이 사회혁신가의 구실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빈곤, 질병, 장애, 차별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으로 사람과 역량을 조직하는 일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 아시아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한국 등 아시아 5개 나라의 청년들이 자신들이 해온 사회혁신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경험과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공정여행사 설립, 헌혈 네트워크 구축, 공익재단용 스마트폰 앱 개발 등 주로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창업 등을 통해 사회적 의미와 지속가능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10여건의 사례가 이날 발표됐다.
에이다 웡은 특히 아시아는 사회혁신가의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아시아에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해 왕성하게 경제가 성장하는 지역이어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발전 과정에서 사회적, 환경적 정의가 실현되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지 않도록 젊은 혁신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약해야 합니다.”
에이다 웡은 활발한 시민운동과 사회혁신 활동으로 ‘홍콩의 박원순’으로 불릴 만하다. 변호사에서 출발해 정치인으로도 활동한 경력도 비슷하다. 최근 10년간은 아시아의 청년들이 현실의 난관을 떨치고 일어나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고취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사회혁신에 필요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배양하는 방법은 배경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서 토론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해마다 홍콩에서 아시아 젊은이들을 불러모아 여는 매드(MaD·메이크 어 디퍼런스)가 대표적이다. 올해까지 5회를 치렀는데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20여개 나라에서 16~35살 젊은이 1500명 이상이 해마다 한자리에 모인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홍콩 행정당국과 기업들의 협찬을 끌어와 저소득 국가의 대학생들에게 1인당 300달러 정도의 교통비와 숙식비를 지원한다. 중국 내륙 오지의 청년들은 사나흘씩 기차를 갈아타고 홍콩에 오기도 한다.
에이다 웡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사정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남이 가지 않은 길, 잘 뚫리지 않은 길을 가보라”고 했다. 모두들 좋은 대학 나와 대기업, 큰 은행에 취직해 주류의 삶을 살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빨라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궁리하고, 혁신하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아름답고 흥미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봉현 한겨레 경제·국제 에디터/ 저널리즘학 연구소 (2014. 7. 3.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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