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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현장/핫토픽

검찰 대신 언론을 쇄신하는 글로벌 비영리언론사들...

언론다움을 위한 쇄신

 

김수영 시인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식민지 치하에서는 <목마와 숙녀>를 쓴 박인환 시인 등과 어울리면서 낭만파에 속했지만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저항시인이 되었다.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6.25 전쟁 중에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정신적 상처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김수영이 1974년 발표한 <풀>이라는 시에는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는 구절이 있다. 겉으로는 나약하고 권력의 위협에 쉽게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의 주인은 민초(民草)라는 신념을 잘 담고 있다. 정치쇄신, 경제민주화, 검찰쇄신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문득 이 시를 떠올린다.


 김수영 시인의 자화상과 그가 쓴 시 <풀>...



쇄신(刷新)은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정치쇄신은 따라서 일반 국민의 기준이나 정서에서 봤을 때 정치인이 누리는 과도한 특권, 권력의 남용, 패거리 의식, 이권 나눠먹기 등을 포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경제민주화는 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자식의 분풀이를 해주고, 온갖 편법과 부당거래를 통해 축재하고,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통해 제 잇속을 챙기는 행태를 바로잡자는 요구다. 검찰쇄신 역시 권력집단의 비리에는 눈을 감고, 약자의 사소한 잘못은 파헤치고, 제 식구의 잘못은 실수로 덮어둔 채 힘없는 사람만 단죄하는 것을 그만 두라는 명령이다.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 교수처럼 정치와 무관한 인물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정치가 실패한 데 대한 응답이다. 검찰과 법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명예와 기득권은 지금 수술대에 올랐다.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하고 공공이익을 외면하기 때문에 민주적인 경제 질서를 위한 개혁이 진행 중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존재의 이유(Raison D'etre)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쇄신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언론사는 다른 기업에 비해 유리한 조건에 있다. 언론사의 투명성은 일반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지만 언론사는 정부의 공적인 지원을 받는다. 언론인 역시 많은 특권을 누린다. 일반 국민과 달리 권력자와 유력인사를 만나고, 교류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다. 청와대, 국회, 정당을 출입할 경우에는 서민이 상상할 수 없는 정치적 자본(political capital)을 얻는다. 


TV 출연이나 지면을 통해 쉽게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이용해 외신대변인, KT 상무, 대통령 후보 등의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또는 손해배상 등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적용을 받으며, 공익에 봉사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제받는다. 언론이 공적자산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8세기 처음 태동하던 당시만 해도 언론에 대한 대접은 지금과는 달랐다. 제대로 된 수익원이 없었던 언론은 정당,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의 후원금을 받아야 연명했다. 언론은 특정 집단의 선전도구가 되었고 독자를 유혹하기 위한 온갖 부실하고 저급한 정보로 채워졌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안정적인 규모의 광고주가 형성되고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독자층이 형성되면서 오늘날의 상업모델이 등장했다. 


광고수익에서 나오는 재원을 바탕으로 독자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언론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변하면서 그러나 이 모델은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언론의 자유는 이제 언론사의 자유라는 의혹을 받는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언론의 공적 역할은 약화되고 있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파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뉴스와 광고를 맞바꾸고, 권력집단에 대한 환경감시는 외면했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을 통해 경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까지, 언론이 주는 정보에만 의존하던 독자가 직접 정보를 선택하기 전까지, 언론의 윤리적 타락이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언론은 쇄신을 회피할 수 있었다. 


언론이 처한 상황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언론은 이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였다. 언론이라는 공적 자산을 더 이상 언론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상업모델을 주도했던 미국에서 비영리언론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언론다운 언론

 

미국을 포함해 상업모델에 의존하는 많은 언론사들은 그간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최근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 했다. 밀워키 저널 센티넬(Milwaukee Journal Sentinel)은 풋볼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관련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Pittsburgh Post-Gazetts) 역시 자사 소속 기자들의 블로그와 비디오 및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유료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다. 


플레인 딜러(Plain Dealer), 아콘 비컨(Arkon Beacon), 레파지토리(Repository)와 콜롬버스 디스패치(Columbus Dispatch) 등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8개 신문사는 뉴스 콘텐츠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한편, 기획 및 탐사보도와 관련한 뉴스만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모델을 택했다. 뉴저지 주의 뉴웍(Newark)에 있는 스타레저(Star Ledger)는 또 낮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젊은 기자 36명을 고용해‘지역공동체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콘텐츠 유료화, 연합전선의 형성, 네트워크 저널리즘 등 많은 시도 중에서도 비영리 언론모델은 가장 두드러진다. 2007년의 프로퍼브리카(Propublica)에 이어, 2009년에는 텍사스트리뷴(Texas Tribune)이, 또 2010년에는 민포스트(Minnpost)가 출범했다. 1989년 설립되었던 청렴공공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 역시 2009년 아이와치뉴스(Iwatchnews)라는 온라인 전용 언론사를 선보였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해 재선을 막았던 프랑스의 ‘메디아파르(Mediapart)’역시 비영리 언론사였다. YTN에서 해직된 기자와 전직 언론인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뉴스타파’와 ‘팩트올’도 한국판 비영리 언론사다. 


지난 20년 간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옥천신문> <해남신문> <영주시민신문> <원주투데이> <양산시민신문>과 같은 지역주간지는 한국판 비영리 언론사 모델에 가깝다.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비영리 언론사만 해도 다음의 <표1>에 나오는 것처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표1> 미국의 비영리언론사들

구분

해당 매체

전문직 기자 중심 모델

 

아이워치뉴스(Iwatchnews), 시티리미츠뉴욕(City Limits New York), 그리스트매거진(Grist Magazine), 텍사스트리뷴(Texas Tribune),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코네티컷미러(CT Mirror), 민포스트(Minnpost), 아스펜 저널리즘(Aspen Journalism), 아메리칸인디펜던트(American Independent), 콜로라도인디펜던트(Colorado Independent), 미시간메신저(Michigan Messenger), 워싱턴인디펜던트(Washington Independent), 캘리포니아워치(California Watch), 오하이오와치독(Ohio Watchdog), 메인와치독(Main Watchdog), 스테이트하우스뉴스온라인(Statehouse News Online)

일반인과

협업 모델

버즐(Buzzle), 스팟어스(Spot.Us), 위키뉴스(Wikinews), 그라운드리포트( GroundReport)

 


텍사스트리뷴의 창립자의 한명인 에반 스미스(Evan Smith)는 이에 비영리 언론 모델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상업모델의 유일한 대안이라고까지 말한다. 20세기 초반 광고와 구독료에 기반을 둔 상업 모델이 당시 언론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였던 정파성, 선정성, 전문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진보적 실험이었던 것처럼 비영리 모델은 미래의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비영리 언론 모델이 확산되는 배경은 무엇이며, 어떻게 운용되고, 공동체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일까?

 

비영리 언론사가 뜨는 이유

 

지금과 같은 상업모델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편집국의 전반적인 축소는 뉴스 콘텐츠의 품질 하락, 우수인력의 유출, 독자의 외면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온라인 광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뉴스의 연성화 전략 역시 기대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허핑턴포스트(Huffinton Post)와 드러지리포트(Drudge Report) 등 대안언론과 경쟁하기 위해 신문사들은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오락과 흥미위주의 기사를 늘렸다. 하지만 웹사이트 방문숫자는 증가했지만 온라인 광고의 수익은 뒤따르지 않았다. 콘텐츠를 유료화 할 수 있는 언론사 역시 양질의 뉴스를 위해 고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중산층이 선호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많은 신문사들의 경우 적당한 광고주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요 독자층 역시 무료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차별성이 없는 뉴스에 돈을 지출하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광고시장이 위축되고 구독료 수익이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 중소형 신문사들이 탐사보도, 분석 및 기획기사와 같은 고비용의 뉴스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즉 양질의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금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광고나 구독료가 아닌 제3의 재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의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 언론의 독립성에 특히 민감한 미국 사회에서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시행중에 있는 정부의 공적지원은 문제였다. 대기업, 자선단체, 공익재단, 독지가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금을 활용하는 한편, 공적 서비스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전문직 언론인이 주도하는 모델이 미국에서 각광받았던 이유였다.

 

대안적 수익원과 투명성의 원칙

 

미국에서 비영리 언론사는 세금규정 501조 c항 3조의 “종교적, 교육적, 자선적, 과학적, 교양적, 공공안전훈련, 국내외 아마추어 스포츠 진흥 및 어린이와 동물에 대한 잔학행위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에 속해 있으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정파적인 보도는 물론 특정한 입장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한 예로, <텍사스 트리뷴>의 설립 자본은 텍사스의 벤처 기업인이자 오랜 동안 민주당의 정치 후원자로 알려진 존 쏜톤이 제공했으며, 텍사스주와 미 전역의 개인, 회사, 재단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민포스트>의 설립 자본금 85만불은 평범한 가족들이 기부한 것으로 2011년 12월 기준으로 3,324명이 기부자로 등록해 있고 그 규모는 38만 불에 달한다. 


매년 조직과 운영과 관련한 공개평가를 통해 법인의 자격을 평가받고 있으며, 운영의 투명성과 사업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한 이사회를 설치하고 있다. 이들의 웹사이트에는 주요 후원자에 대한 실명 정보를 포함해 이사회 구성원, 임원, 편집진과 취재기자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디지털 기반의 탐사보도와 지역밀착형 뉴스

 

광고에 덜 의존하는 수익구조로 인해 이들은 기존 언론이 흉내 낼 수 없는 고부가 가치의 뉴스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상업언론과 시민저널리즘이 채울 수 없는 탐사보도와 같은 틈새뉴스를 발굴하거나, 자발적 기부자들과 밀접한 공공이슈에 특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가령, <캘리포니아 와치>은 탐사 보도를 위한 센터(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에 의해 설립된 네트워크 중의 하나로 교육, 공공안전, 건강, 환경에 관한 양질의 탐사보도를 지향한다. 또 <커넥티컷미러>는 커넥티컷 뉴스 프로젝트(Connecticut News Project)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주 의회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줄어든 현실에 자극을 받아 설립되었다. <산디에고보이스> 역시 주류 미디어가 서비스하기에는 너무 소규모인 지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 뉴스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들은 또한 지역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지역밀착형 보도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중앙이나 전국 관점에서 다루지 않거나 다루기 어려운 지역 이슈나 사건, 사고들을 지역의 입장에서 심층 보도한다. 위의 <캘리포니아와치>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는 중․고등교육, 건강과 복지, 고품격 교육, 금융과 정치, 환경, 공공 안녕 등이다. 


<커넥티컷미러>에서는 “당신의 정부, 주 예산, 교육, 경제, 정치, 환경, 건강, 대민 서비스, 워싱턴” 등의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으며, <텍사스트리뷴>에서도 공공 교육, 고등 교육, 이민, 의료 개혁, 낙태, 사형, 에너지, 센서스, 물, 2012년 선거 등으로 보도영역이 구분되어 있다. 독자에게 친근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캘리포니아와치>는 독자가 미리 선택한 주제나 이슈에 관련된 뉴스를 독자에게 직접 이메일로 공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도된 이슈나 관련된 주제에 관련된 이벤트나 공식적 모임 등을 신문사가 직접 주선하거나 이미 기획된 모임에 대한 관련 정보를 공지한다. <커넥티컷미러>는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해 과거의 이야기, 데이터베이스, 정부와 비정부조직에 관한 보고서, 원천 자료 문서 등의 자료 보관소를 만들어서 이용자들이 손쉽게 이러한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소통을 활성화 시키는 것도 이들의 공통 목표 중의 하나다. 광고수익 대신 대안적인 재원을 모색하기 때문에 종이신문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가령, <민포스트>는 2008년 이후로는 주 의회 정기국회 기간 동안만을 제외하고는 물리적으로 인쇄된 신문을 제공하지 않고 모든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서만 공급하고 있다.

 

왜 지금 비영리언론사 모델에 주목해야 하는가?

 

글로벌 사회에서 비영리 언론사가 등장한 배경 중 많은 부분은 한국과 겹친다. 일부 부유한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립 능력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가운데 유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은 포화상태에 있다. 국내 신문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정파성과 선정성은 물론 연성뉴스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적 언론조차 삼성과 같은 거대 광고주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상업언론에 대한 불신은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제뉴스의 상당 부분이 외신이 보내주는 뉴스에 의존하고, 탐사보도와 분석기사 등 고부가가치 뉴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 역시 상업언론에 대한 독자의 이탈을 부추긴다. 언론을 더 이상 언론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 역시 느리지만 형성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처한 객관적 현실은 물론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미국과 달리 자발적 후원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영리 언론사의 재정적 토대는 무척이나 취약한 상황이다. 탐사보도 및 지역공동체의 주요 이슈에 대한 심층보도를 통해 자발적 기부자를 확대하고 나아가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전문적 언론인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 몰두하는 한국 사회가 양질의 뉴스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될 지도 알 수 없다. 고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여 좋은 기사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같이 유료로 소비하고자 하는 시민사회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 경우 비영리 언론사가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언론사의 경영악화로 인해 많은 능력 있는 전문 언론인들이 실업자로 남아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상업적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심각하다. 또한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고품격 뉴스를 소비해 보지 못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종이신문을 과감하게 접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델도 아직은 많지 않다. 


비영리 모델은 이런 상황에서 참신한 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단의 출연금이나 개인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면 '프레스펀드'와 같은 공적자금을 조성해 이를 비영리 언론사의 '종자돈'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 현재 실직 상태에 있는 전문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비영리 언론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비영리 언론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복수의 비영리 단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차별적인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특정한 역사적 배경에서 등장해 주류모델로 자리를 잡은 광고와 구독료 중심의 현재 모델을 무조건 지키려고 하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비영리 언론 모델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신문과방송, 12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