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널리즘 현장/언론정책

네이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7가지 아이디어

네이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7가지 아이디어


뉴스전문 포털, 뉴스를 나열하지 말고 차별화 포인트를 잡아라… 아이튠즈 전략·신디케이트 플랫폼도 주목


한국 언론과 포털, 특히 네이버와의 관계는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기생적 공생관계로 변이하고 있다. 네이버를 무찌르자던 언론사들이 네이버와 전재료를 올려달라는 개별 협상에 성공하자 은근슬쩍 발을 뺐고 모바일에서만큼은 네이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던 언론사들도 조용히 네이버에 들어왔다. 한동안 조용하더니 일부 언론사들은 다시 세력을 규합해 네이버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독자들은 종이신문의 퀄리티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지만 정작 종이신문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오히려 포털 뉴스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도 높고 지불 가능 금액도 더 컸다. 개별 언론의 브랜드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위근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해외의 탈 포털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 전문 포털 사이트로 출범했던 미국의 온고닷컴은 유력 신문사들의 출자를 받아 출범했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여러 언론사에서 고급 뉴스를 선별해 광고 없이 유료로 서비스한다는 개념이었는데 기대와 달리 유료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기본 패키지가 6.99달러부터 시작했는데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비싸게 판다는 인식을 깨지 못했고 여러 단계의 복잡한 구독료 옵션을 둬서 귀찮게 만든 것도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다.


온고닷컴은 이용자 경험을 강조했지만 전통적인 페이월 방식을 고집해 차별화에 실패했다. 저널리즘의 아이튠즈를 표방한 네덜란드의 브렌들은 약간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제휴 언론사들의 콘텐츠를 긁어와 개별 기사 단위로 판매하되 판매수익의 70%를 언론사가, 30%를 브렌들이 갖는 구조다. 브렌들 역시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기사를 읽고 싶으면 돈을 내라, 그런데 기사를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는 읽을 만한 기사인지 알 수가 없다.


일본의 47뉴스는 야후와 구글에 맞서는 지역 언론의 생존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47은 일본의 도도부현(지방자치단체) 숫자다. 한 마디로 지역 뉴스 전문 포털인데 양보다 질 전략으로 한 신문사에서 1건의 기사만 메인 페이지에 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제목을 클릭하면 발문이 뜨고 여기서 클릭을 한 번 더 하면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이다. 직원은 15명, 실제 운영은 교도통신에 위탁하고 있다.


47뉴스는 월 평균 페이지뷰가 2000만건 수준, 야후재팬의 58억3000만건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역언론 입장에서는 티끌이라도 소중한 트래픽이다. 많지는 않지만 애드센스 등 광고수익도 배분한다. 그러나 지역신문 가운데서도 좀 규모가 큰 언론사들이 야후재팬 등에 직접 기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 입장에서는 딱히 차별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은 느슨한 연대 수준이라 사이트 관리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지난 2008년 아라타니스라는 뉴스 전문 포털 사이트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등 3대 신문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포털이었는데, 야후재팬의 순방문자가 2239만명, 이 세 신문의 순방문자를 더하면 1370만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포털에 뉴스 공급을 끊고 공동 전선을 펼치면 붙어볼 만하다는 전략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났다.


세 신문사는 아라타니스를 키우기 보다는 아라타니스의 트래픽을 자기네 사이트로 끌어오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겠지만 그나마 아라타니스의 트래픽도 형편 없었다. 색깔도 모호했고 무엇보다도 편집 전략이 부재했다는 평가다. 아라타니스의 사례는 한국 상황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 한국에서도 언론사들의 탈 네이버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여러 차례 네이버를 상대로 공동 전선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집력이 따르지 못했다. 

 

뉴스 신디케이트 서비스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스크리밍미디어나 아이신디케이트, 모칠라 등 여러 콘텐츠를 수집해 취합해 분배하는 뉴스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를 고객 언론사들의 콘텐츠와 연계해 서비스하는 뉴스룩이나 특파원을 파견해 여러 신문과 방송에 뉴스를 공급하는 글로벌포스트 같은 언론도 주목할만하다. 정치전문 뉴스 사이트 폴리티코는 직접 폴리티코미디어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신디케이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00건 정도의 뉴욕타임즈 기사를 신디케이트 방식으로 내보낸다. 제휴 언론사들은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받아 브랜드로 재가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블룸버그나 포린폴리시 등의 기사를 함께 서비스한다. 공신력 있는 대형 언론사들이 한국의 연합뉴스 같은 뉴스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유럽에서는 지역신문들이 전국단위 신문들의 콘텐츠를 면 단위로 전재하는 계약이 일반화 돼 있다.


최근에는 전문 분야에 특화된 뉴스 신디케이트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2002년 스페인 연안에서 미국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 이 지역 신문인 라보스델갈리시아는 일련의 환경 관련 탐사 보도에서 전문성을 쌓아 신디케이트 서비스를 시작한 경우다. 150명 가운데 100명 정도를 해양 분야 전문기자로 키운 덕분에 이 신문의 기사가 전국단위 신문과 방송에 전재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김위근 연구원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콘텐츠의 확산 기회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저작권과 수익배분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은 유통 플랫폼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너무 많은 행위자가 거의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주력 영역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디지털 뉴스 콘텐츠 시장은 범용재 시장이라 이용자의 눈길이 가장 먼저 오래 머무는 곳에 뉴스 콘텐츠를 배치하는 게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지만 그러기에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면서 “유료화 모델의 도입을 위해서라도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범용재 시장 뿐만 아니라 고급재 시장에 대비하는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도 한국신문협회를 중심으로 뉴스 전문포털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개별 언론사들의 이해관계를 정리해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고 연합뉴스 등 뉴스통신사들이 포털에 계속 뉴스를 공급하는 현실도 한 원인이었다”면서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뉴스 포털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독립적인 뉴스 전문 포털 사이트를 만들려면 가장 기본적인 검색 뿐만 아니라 콘텐츠 패키지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이용자의 관심을 붙들어두는 콘텐츠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웹 사이트가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를 메인 플랫폼으로 잡거나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 포털을 모색하거나 큐레이션을 활용한 개인 맞춤 포털을 구축하는 전략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저널리즘학 연구소 연구위원 (2015. 02. 23.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