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전에 몇 년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닌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간의 구체적인 차이는 뭘까? 이런 차이는 일시적일까? 아니면 평생 지속되나?
1960년대 미국에서 교육학자들이 이런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몇 개 지역에서 유치원을 다닌 아동과 같은 연령의 그렇지 않은 아동을 비교 연구했다. 학자들은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한 20여 년을 추적해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유치원을 다닌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동과 비교해 지능지수(IQ)가 최소한 3~4점 높았고 이런 차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유치원 교육을 받은 아동은 대학 진학률도 높았고 보수가 더 높은 직업을 구했다. 범죄인이 되거나 미혼모가 될 확률은 반대로 낮았다. 미국의 학자들은 다른 주에서도 이런 비교 연구를 시행했고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필자는 흔히 교육이 ‘백년의 큰 계획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교육자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취학 전 아동 교육의 효과가 이처럼 대단한지는 이런 연구 결과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배운다. 책도 같이 읽고 놀이도 같이 하면서 서로를 보고 배운다. 이곳에서 선생님과도 관계를 맺고 상황에 맞게 적합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판별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이런 인성 및 창의성 교육이 아동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아내어 두뇌 발달을 자극한다.
2011년 3월 조사에 따르면 취학 전 아동에 대한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교육 서비스·양육 관련 지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이 조사에선 취학 전 아동에 대해 국가가 교육 서비스와 양육 지출을 많이 지원해 줄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를 보면 2005년을 전후로 우리나라 정부 등 공공부문의 취학 전 교육 서비스·양육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로 OECD 30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반면 아이슬란드와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의 경우 공공부문의 아동 교육·양육 관련 지출 비중은 전체 GDP 대비 1%를 웃돌았다.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5배 정도 많이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 있던 우리는 정치권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불어 닥친 복지바람으로 지난해 3월부터 만 5세 아동의 교육을 국가가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동의 폭행이 문제가 되었으나 이는 일부에 국한된 것이다. 아동 교육의 중요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분야에서 좋은 결실을 얻도록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급증한 어린이 집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해야 하고 교육자들의 자질도 제고해야 한다.
취학 전 아동교육은 크게 보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 교육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출발한다.
지난 2월 출범한 새 정부가 역점을 두는 내용이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의 정의와 달성 방법에 관해서는 아직도 합의된 게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경제가 선진국 따라잡기의 추격형이었다면 이제 이런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값싼 인건비와 엄청난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이 이동통신 단말기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우리를 턱 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이제 우리가 혁신을 일구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내야 생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존에 알고 있던 기술이나 지식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고 해석해 내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호기심과 관심, 무엇인가 생각해 내고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태도나 자세, 이런 것을 배양해주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 암기는 배우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경산신문 20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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