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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인터넷과 ‘빅 브라더’



1950년대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2차 대전 당시 4성 장군으로 유럽 전투를 총지휘했던 그는 1953년 미국의 34대 대통령에 취임하여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이끌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감청했다는 사실이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새삼 그를 떠올린다.


아이젠하워는 1961년 1월 퇴임연설에서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군과 방위산업체들이 결탁하여 국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국방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 그의 경고였다. 군을 잘 알고 대장까지 지낸 아이젠하워가 이런 경고를 고별 연설에서 후세에 남겼다는 것은 여러모로 곱씹어 볼만하다. “우리는 군산복합체의 영향력 획득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경제와 정치, 사상 분야까지 미국 내 모든 도시와 각 주 의회, 연방정부의 모든 사무실에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공공정책이 이들의 포로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자각해야 한다. 군산복합체라는 잘못된 권력이 부상할 가능성은 현재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제 군산복합체와 유사하지만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데이터 정보 복합체’(data intelligence complex)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2011년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약 85만 4000명의 공무원, 군인 그리고 민간사업자가 정보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최첨단 대형 컴퓨터를 동원하여 전 세계의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을 ‘합법적’으로 감청하고 있다. 대형 컴퓨터는 구글이나 휴대전화에서 의심이 갈 만한 문구나 테러리스트의 본거지로 알려진 특정 장소로의 연락이 빈번함을 발견한다. 이럴 경우 정보 분석관들이 재차 분석을 하고 필요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여 이메일과 통화 내용을 조사한다.


미국 정보기관의 프리즘이라는 이런 감청 프로그램은 국내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수사기관에 의한 감청은 미국보다 횟수도 훨씬 많고 자의적인 판단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11년 국내 수사기관의 감청횟수는 7000건으로 미국보다 3.5배가 많다. 수사기관이 전화를 건 곳과 방문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요청하여 획득한 경우도 1260만 건이다. 이 자료는 법원이 수사의 필요성을 확인해줘야 수사기관이 얻을 수 있다. 5000만 명의 국민 가운데 거의 1/4이 잠재적인 감청 대상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통신자료’로, 이동통신사들이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제공한다. 전화번호나 아이디 등만으로도 통신자의 신원을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것인데 아예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법원은 이 자료 제공이 불법이라고 판시했으나 아직도 통신사들은 자료를 수사기관에 준다. 통신사들은 또 대부분 이용자들에게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했음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 생활을 크게 변화시켰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했지만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피싱 사기, 개인정보 누출 사고 등. 개인의 사생활을 샅샅이 감시하는 ‘빅 브라더’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기제가 필요하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게학과 교수 (경산신문 201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