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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미국과 EU, 리더십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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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 리더십이 필요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16일간 계속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폐쇄)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서구를 구성하며 국제정치경제의 규칙과 틀을 만들고 세계를 좌지우지해왔던 미국과 EU가 이젠 우려를 넘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듯하다.

 

양자 모두 정치적 리더십이 매우 부족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해 선거 부담이 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비록 공화당 내 '자살 특공대'와 같은 강경파 티파티(Tea Party·증세와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을 반대) 의원들이 국가 채무 불이행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12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에게 미 국적을 부여하는 이민법 개혁을 바라는 경제계가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는 포괄적인 세제개혁안과 연계해 재계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런 위기의 순간에 발휘해야 할 리더십이 오바마 대통령에겐 보이지 않았다. 지난 16일 의회와 행정부의 합의는 잠정적일 뿐이다. 내년도 예산을 2014년 1월 15일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다시 연방정부가 부분 폐쇄된다. 또 국가 채무 한도를 2014년 2월 7일까지 올리는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미국은 초유의 국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EU도 마찬가지다. 2010년 5월 그리스의 구제금융부터 시작된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위기가 그동안 극적인 순간에 잠정적인 대책으로 다소 진정되었을 뿐이다. 유로존 위기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최대의 경제 대국 독일은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보다 우선 최악의 순간을 견뎌내자는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다. 독일 시민들이 베짱이처럼 돈을 흥청망청 썼다고 여기는 '남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줄기차게 반대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통합 없이 독일이 있을 수 없었고 위기 해결을 미룰 경우 지원 규모는 더 커지고 EU 및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민들에게 납득시켜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리더십은 아직까지 메르켈 총리에게 찾아볼 수 없었다.

 

서구의 점진적인 쇠락을 지켜보는 중국의 입장은 자못 흥미롭다. 지난 7월 말 미 국채 1조2733억달러를 보유해 미국채 최대 매입국인 중국은 셧다운에 들어가 각국의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미국에 자국 투자의 안전성을 보장하라고 점잖게 충고했다. 지난 7월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덤핑이라며 40%가 넘는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고 위협하자 중국은 '과거의 중국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EU에 경고했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EU는 지난 7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2차 협상은 미국의 셧다운 때문에 연기되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EU는 FTA 협상을 개시했다. 양자 모두 협상 과정에서 직면하는 난관을 극복할 정치적 리더십 없이 이 협상의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이 미국 등 주요국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일 관계에서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를 만나 관계개선의 선결요건과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통 큰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바보야! 문제는 리더십이야!'라는 말이 이보다 더 필요할 때가 있을까?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2013. 10. 23 파이낸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