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공통점
‘미국이 단 하루만 중국이 된다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 내 강력한 로비가 정책 결정을 가로 막는다며 중국을 부러워했다. 즉 하루만 미국이 중국이 되어 환경보호나 총기규제 등의 법-꼭 필요하지만 로비 때문에 수십 년 간 통과되지 못한-을 의회에서 통과시킨다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700 달러로 우리보다(3만 2800달러) 약 1.7배 정도 높다(2012년 구매력 평가 기준). 그러나 건강보험은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 선진국들의 경제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은 유일하게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나라다.
아파도 치료비가 너무 비싸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 Obamacare)은 이런 문제점을 조금 개선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의 일부 강경론자들은 건강보험 가입/비가입도 시민의 선택인데 국가가 이를 가로막느냐는 논리로 이를 결사 저지하려 했다. 결국 이들은 건강보험 개혁을 막지 못하자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지원을 끊겠다며 연방정부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반면에 미국은 2차대전 종전 후 초강대국으로 세계 전역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해왔다. 미국식 모델이 다른 모든 나라에도 적용된다는 전제에서다.
미국은 사정이 이런데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연평균 거의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국 공산당 간부들을 교육하는 당교는 중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이다. 이곳에선 공산당이 망할까? 라는 주제로 집중 논의가 자유롭게 열린다.
중국의 13억 명 인구 가운데 8천만 명이 공산당원이다. 공산당이 최고 우위의 국가이기에 중국인들은 일단 공산당에 입당하면 출세 길이 열린다. 그러나 공산당원이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공산당이 망할 것이라 보는 사람들은 정치학의 보편적인 사실을 거론한다. 서구 학자들은 중국처럼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이 중국 정도의 수준(9300달러, 2012년 구매력 평가 기준)에 이르면 시민들의 민주화 욕구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연히 특권층 중의 특권층이며 부패한 공산당 비판이 계속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입자가 5억명)가 종종 부패 관리의 비행을 게재해 관련 공무원이 징계를 당했다. 다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의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중국 공산당이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부족한 정통성을 보충해 왔는데 중국의 경제위기가 임박했다며 공산당이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반면에 공산당이 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중국 모델이 미국 등 서구 모델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1949년 건국 후 이제 중국은 다시 옛날의 세계 중심을 되찾고 있다. 중국 건국 백년이 되는 2049년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측. 중국 고유의 모델은 서양 문명과 다르고 공산당이 계속해서 부정부패 일소에 노력해 왔기에 공산당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미국과 중국은 모두 자국의 모델이 독특하며 이를 각국에 전파하려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렇지만 경제에선 중국이 은행장이고 미국은 채무자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자본이 부족한 나라여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왔다. 현재 미 국채의 절반을 중국이 구입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은 불가피하게 쌍둥이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이 아니라 미중국(Chimerica)이다. 안보를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는 양국 사이에서 국익을 최대화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경산신문, 20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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