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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궁금해요? 궁금하면 퀴 보노(cui b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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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를 비롯해 모든 곳에서 잡음 일어 무엇이 국가 위하고 진실되고 합리적인지 퀴 보노라 묻고 싶어"

 

형형색색 단풍은 눈이 시리도록 곱지만 어수선한 세상은 꼴불견이다. 늦가을 한국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교육, 노동 어느 한 군데도 잡음 없는 곳이 없다. 웬만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얽히고설키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하물며 연극이 시작된 뒤에 들어와서 막이 내리기도 전에 나가는 일반 대중은 말할 것도 없다. 복잡한 현실을 올곧게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할 언론 역시 각자의 이해관계에 빠져 정반대의 주장을 쏟아낸다.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보고 듣는다는 말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외면할 수는 없다. 국민은 누가 옳은지,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누가 국민을 위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래야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현명한 지도자를 선출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재판에 그 실마리가 있다.

 

지혜로운 왕 솔로몬에게 두 여인이 찾아온다.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가 친모라고 우긴다. 진실은 오직 두 사람만 안다. 각자 주장도 모두 그럴 듯 하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확인할 길도 없다. 고민 끝에 왕은 아이를 둘로 나눠 서로 가지도록 명령한다. 그중 한 여인은 내 것도 네 것도 안 되도록 그 말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다른 이는 아이를 죽이느니 차라리 양보하겠다고 말한다. 자식을 사랑하면 그 판결을 못 받아들일 것을 알았던 왕은 이렇게 진실을 찾았다. “궁금해요? 궁금하면 퀴 보노(cui bono)”를 가르쳐주는 일화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이 말의 뜻은 ‘누가 이득을 보는가’다.

 

국정원, 국가보훈처,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작업은 조직적인 부정선거 혹은 대선에 패한 야당의 정치공세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난 이유도 혼외자식이 들통난 때문인지,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해산을 청구한 이유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기 때문인지,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국감 현장에서 조명철 의원이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던진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한 질문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를 방문한 대통령을 앞에 두고 대선불복을 외친 시위대를 겨냥해 “대가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힌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도 할 말을 했다는 입장과 국민을 협박한다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게다가 북한이 정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연장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 카드를 이용하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동아시아공동체를 논의하던 한국, 중국, 일본이 지금처럼 갈등하게 된 배경도 복합적이다. 정말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이며, 누가 더 진실하고, 어떤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퀴 보노’라고 물어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이 묻힐수록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유리하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고 우호적인 여론을 통해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종북세력을 부각시킬수록 국정원, 군대와 공안세력의 입지는 강화되고 예산은 늘어난다. 중국, 일본, 한국과 북한이 서로 대립할수록 미국의 몸값 역시 높아진다. 일본이 미국에 오키나와 기지 폐쇄를 포기하고, 한국이 자발적으로 전시작전권을 연기하고, 중국이 북핵 6자 회담에 앞장서는 것 모두 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고 싶지만 왜 자꾸 칼자루를 잡은 이들이 원하는 결과만 나오는 것일까?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3. 11. 13,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