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노컷뉴스>
‘평화담론’이 실종되다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와 천주교 박창신 신부의 '시국선언' 등은 모두 ‘영토 포기’와 ‘종북 발언’으로 해석된다. 왜 우리는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상호간 대치국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 지낸해 치러진 18대 대선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되돌아보며 한국사회의 '평화담론'이 실종된 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 이래 꽉 막혔던 남북관계는 아직도 개선 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내려진 5.24조치로 인해 현재 민간교류는 고사하고 정부교류마저 꽁꽁 얼어붙어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강행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반도 안보위협에 얼마나 치명상을 입을지 짐작케 했다. 이후 3월에는 서해 앞바다에서 사상최대 규모로 한·미키리졸브 훈련이 진행되었고 그 여파로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북금지 조치를 내렸다. 4개월 동안 운영이 중단된 개성공단은 그 피해액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남북관계의 ‘지렛대’ 역할을 하던 개성공단이 폐쇄위기로 몰리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만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 또한 남북한의 갈등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었다. 7차 회담까지 가는 끝에 다행히 개성공단은 정상화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보험금 지급문제와 국제화 문제는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 북한의 체제보장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한 개성공단 정상화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듯하다.
6월 12일에는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회담 하루 전날 대표자의 ‘격’논란으로 회담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논리로 북한에 원칙 있는 대화를 주장한 것이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문제시 되지 않았던 회담 대표자의 직급문제로 결국 이명박 정부 5년간 이어진 남북의 ‘불통’은 계속 이어 질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한반도 정세가 급냉각기로 들어섰을 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아닌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의견을 조율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과연 미국의 일개 부통령 한 명이 한반도 7천만명의 안보를 책임 질 수 있을지는 그래서 의문으로 남는다.
올해는 건군 65주년과 정전협정60주년을 맞이해 국가적으로 대규모 행사가 기획되었다. 특히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이해 정부는 서울 도심을 전면 통제해 국군 장병들의 열병식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는 10년 이래 최대 규모 열병식이 진행되었으며 현무3, 순항미사일 등 독자 개발한 최신 무기들이 선보였다. 행사 예산만 90억 원이 쓰였다. 국군의 무기를 도심 한 가운데에 진열시켜놓고 대통령이 열병식을 하는 모습은 마치 과거 군사정권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으며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열병식과 무엇이 다른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본래 군사, 권위적인 국가는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위와 같이 군사적인 방법을 동원해 인기몰이를 하는 법이다. 과연 우리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김대중 정부 시절 사상 처음으로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제1차 정상회담,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로 북한 방문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던 제2차 정상회담 등에서 나온 합의문은 지금 제대로 기려지지 않고 있다.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 화해와 평화 나아가 통일의 발판을 삼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전쟁기념관에서 6·25전쟁을 잊지 말자는 말과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만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진정한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평화를 원하면서도 평화선언문은 외면한채 전쟁을 기념하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한민족이 분단국가로 60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으며 우리 역사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한반도는 해방이후 강대국들의 이권대립으로 두 개의 나라로 쪼개졌다. 그 강대국들은 지금도 한반도 주변에서 틈만나면 서로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남북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 동북아가 신냉전 시대로 치닫고 있는 사이 미국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 사의 주가지수는 올해만 50%가까이 상승했다. 한반도가 전쟁 중일 때, 과연 그 이득은 누가 보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최종환 저널리즘학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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