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
페이스북의 공습, 페이퍼가 네이버 뉴스스탠드 누를까
혁신적인 인터페이스와 차별화된 섹션 편집… 추천 기반 수동 편집, 편향성 논란 제기될 수도
페이스북이 미국 시간으로 4일, 10주년을 맞아 페이퍼라는 새로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아직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지만 ‘페이스북 2.0’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혁신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페이스북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페이스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새롭고 참신하다는 평가다. 특히 뉴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와 언론 산업 종사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뉴스 사이트들 트래픽이 급감한 가운데 뉴스 소비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대부분 언론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모바일 검색 쿼리(질의)가 이미 52%를 넘어섰고 3분기 기준으로 검색 광고 매출의 19%가 모바일로 옮겨갔다. 네이버는 모바일 트래픽을 언론사들에 분배할 계획이 없고 언론사들은 별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페이퍼는 전혀 다른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언뜻 플립보드를 연상시키지만 다르다. 일단 섹션부터 낯설다. 아이디어와 기술, 기업, 대중생활, 맛, 가족, 평등, 지구, 창조자들 등 기존의 뉴스 섹션과 다르다. 기존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플립보드처럼 넘겨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내 친구가 아니라도 다양한 섹션의 콘텐츠(뉴스)를 구독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외연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퍼는 모든 콘텐츠를 ‘이야기 카드(story card)’ 형태로 보여준다. 한 장의 카드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담기는 방식이다. 다음 콘텐츠로 넘어갈 때도 스크롤링(아래로 쓸어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스와이프(옆으로 미는 방식) 형태로 바뀌었다. 뒤로 가기 버튼이 없는 대신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윗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또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한 손으로 넘겨보기에 좋은 방식이다. 당초 예상됐던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페이퍼 섹션의 콘텐츠를 페이퍼 수동으로 편집하고 있다. 편집자가 직접 좋은 뉴스를 선별해서 리스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좋아요’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100% 알고리즘 방식의 편집을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중복 콘텐츠나 선정적 이슈를 걸러내고 섹션을 분류하는 등 아직은 수동 편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리드라이트웹은 “페이스북에서 읽고, 공유하는 걸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줬다(It is attractive and makes Facebook more pleasant to read and to share)”고 평가했고 기가옴은 “앞으로 페이스북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It could be a Facebook replacement)”라고 평가했다. 더버지도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내놓은 앱 중 단연 최고(Paper is the best Facebook app ever)”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섣불리 넘겨짚기는 이르지만 페이퍼는 페이스북의 이슈 영향력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다. 페이퍼는 전혀 다른 뉴스 읽기의 포맷을 들고 나왔다. 확실히 더 편리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 뉴스를 늘어놓지 않고 꼭 필요한 뉴스를 콕 찍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뉴스 소비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모바일 뉴스 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 페이퍼 서비스가 시작되면 페이스북의 열독률과 집중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퍼는 하이퍼 테스트 링크에 기반한 전통적인 온라인 콘텐츠 공유 방식을 뒤집고 페이지 방식의 새로운 콘텐츠 읽기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바일 뉴스는 웹을 찌그러뜨려 축소시킨 형태였지만 페이퍼는 모바일에 맞는 전혀 다른 형태의 뉴스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냈다. 뉴스가 너무 많아서 진짜 중요한 뉴스가 가려지는 시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뉴스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페이퍼는 페이스북의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토대로 모바일 뉴스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규 뮤즈얼라이브 대표는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면 네이버에 대한 피해의식과 기사 선별 방식에 대한 불만 등으로 국내 언론사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미국 언론사들과 공식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기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아웃링크 방식이 아니라 앱 안에서 콘텐츠가 뜨는 방식이라면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말은 곧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뉴스 콘텐츠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도 된다. 국내 언론사들이 페이스북과 파트너십을 맺고 뉴스 콘텐츠를 판매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이 여러 위험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감안하면서까지 한국 시장을 노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면서 “오히려 페이퍼 론칭에 자극 받은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유사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장사를 위한 ‘충격’과 ‘헉!’ 중심의 뉴스 편집 방식,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날몸으로 이용자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시도 등이 최소한 페이스북 페이퍼에서는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앞으로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공유되지 못하는 뉴스는 뉴스로서 생명력을 잃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뉴스스탠드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에서 보듯이 언론사 선정·퇴출 기준이나 뉴스 선정 방식을 두고 논란을 빚을 수도 있고 좌편향 또는 우편향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10억명이 보는 페이스북의 특성상 이슈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합리적인 기준만 있다면 언론의 편집 영역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 같다”면서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 (2014. 2. 5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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