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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투자∙고용 꿈틀⋯‘경기 회복’ 봄바람

한겨레

 

얼었던 투자∙고용 꿈틀⋯‘경기 회복’ 봄바람

 

1기 새도시에 사는 필자는 지난주 퇴근길에 모처럼 집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봤다. 듣던 대로 몇 년째 바윗돌처럼 꿈쩍 않던 급매물은 어느덧 사라지고 매물의 호가도 3000만~4000만원씩 올라 있었다. 중개사는 “부동산 시장의 훈풍이 강남, 목동을 거쳐 이번에는 새도시까지 오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요즘 서울 강남구에서 새로 등록하는 차량의 80%는 수입차다. 수입차 대중화가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 3구를 넘어 확산되며 구로·관악·강북 같은 지역의 수입차 등록대수도 지난해 30~40%씩 늘었다. 가격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국산 동급보다 여전히 비싼데도 수입차 판매 증가세가 거침없다.

 

날씨가 풀리듯 경기에도 봄이 오는 것일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경제에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경기지표로 볼 때 지금은 우리경제가 약 2년간 이어진 ‘게걸음’을 벗어나 ‘회복-상승’으로 이어지는 초기로 볼 수 있다. 향후 3~10개월 뒤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6월 100대로 올라선 뒤 꾸준히 개선됐고, 12월에도 0.5 상승해 확장세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 모습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는 “한국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공격적 전략을 구사할 때”라며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주택시장을 진원지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취득세율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처 폐지로 부동산 시장의 주요 규제가 거의 다 풀렸다. 여기에 지난주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를 폐지하고, 소형주택 비율규제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파트 가격이 2008년 이후 6년간 가격 조정을 거쳐 바닥을 쳤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확산된데다, 전셋집을 못 찾고 집을 사려는 사람도 늘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거래는 2만6500여건으로 1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하는 전국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1년 전보다 16% 정도 늘어난 85만2000건이었는데,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견줘 불과 2만건 정도 적은 것이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사실상 지난해에 주택시장은 정상화된 것이다.

 

내수의 두 축인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설비투자는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9.9% 상승했고, 전기대비(계절조정)로는 16.6%나 껑충 뛰었다. 2분기 연속 상승인데다 1분기의 11.9%, 2분기의 4.6% 감소에서 브이(V)자형으로 반등하는 모양새다. 1월에도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올라가고 기업의 투자심리 등 선행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어서, 모처럼 설비투자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설비투자·민간소비 지표 양호
소비자심리지수 3년만에 최고
취업자수도 크게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 뒷걸음 부정신호도

 

민간소비는 아직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내구재, 비내구재 모두 전달보다 줄어 전체적으로는 11월보다 1.3% 감소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여신금융협회 등의 속보치를 토대로 1월 소비를 산출한 결과는 나쁘지 않다. 설 연휴가 지난해보다 빠른 탓도 있지만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18.4% 늘었다. 50인치 이상 텔레비전이나 프리미엄급 냉장고, 대형 드럼세탁기 등 고가 내구재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백화점 매출도 의류를 중심으로 7.2% 늘었고, 개별소비세가 인하된 자동차 업종에서도 국산차 내수판매가 4.1% 증가했다.

 

향후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도 비관적이지 않다. 한국은행이 조사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09.0으로 2011년 1월(111.0)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서면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내수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 한채가 팔리면 중개수수료, 이사비, 집 고치는 인테리어 비용 등 대략 30여종의 연관 산업 매출이 일어난다. 주택산업연구원 분석을 보면 주택건설 부문에 10억원을 투자하면 8억3000만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24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취업자수도 증가하고 있다. 1월 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70만5000명이 늘어서 12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청년층(15~29살)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7만4000명 늘어 증가폭이 컸다.물론, 경기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엇갈리는 것은 경기회복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경기회복을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수는 늘었다지만 국내총생산의 증가는 제한적이란 점에서 고용의 질은 뒷걸음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청년층 실업자수는 지난달 37만2000명으로 전체 실업자(89만1000명)의 42%를 차지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37%)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경기회복세가 고루 퍼져 오랫동안 움츠러들었던 민초들의 어깨가 펴지길 기대해 본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 신문, 2014.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