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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7성 호텔이 궁금하다

 

연합뉴스

 

경복궁 옆 7성 호텔이 궁금하다

 

돈에 대한 얘기다. 세상에는 상식 밖의 일들이 많다. 상상하기도 힘든 일들이 일어난다. 돈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런 모양이다. 수천억 수백억의 재산을 모은 사람들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이란 세상을 까맣게 만드는 일이다. 일당 5만원의 ‘국민노역’으로는 계산하면 27년이 넘는 세월이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은퇴한 부부가 5억원을 즉시연금보험에 넣으면 원금을 살리며 노후를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보낼 돈이다. 내 상식은 그렇다. 그런 돈을 한번 가져봤으면 하는 것이 많은 은퇴자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헛되고 헛된’ 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한 번 놀란 것은 이미 ‘유사’ 황제노역이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일당 3억원, 일당 1억원의 노역도 있었다. 다만 5억원의 ‘황제노역’에 못 미쳤을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일당 3억원, 이재현 CJ그룹회장은 일당 1억원의 노역형을 받았다. 까만 세상이 이제는 하얗게 변하는 순간이다. 국가가 인정하는 제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판결을 내린 장병우 법원장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그는 거기서 입을 봉할 수는 없었던 듯하다. 아쉬운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황제노역) 확정판결에 대해 당시의 양형 사유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이 부각되고 나아가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만으로 확대된 점에 대해서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은가. 1억, 3억짜리가 있으면 5억짜리가 있을 만하지 않은가. 노역일당의 상한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 못지않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지난해 301억 5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1월 31일 법정 구속돼 지금까지 구속 상태에 있다. 정상적 경영활동을 할 수도 없다. 더구나 그의 죄목은 회사 돈 수백억을 횡령한 혐의다. 그런 그가 하나도 아닌 4개 계열사로부터 이같이 엄청난 보수를 챙긴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은 노동자들에게나 적용되는 족쇄다. 경우도 가지가지다. 지난해 1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5개 계열사에서 331억 원을 받았다가 200억 원을 반납했다고 한다. 그나마 이들은 등기임원들이어서 이번에 연봉이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이후다. 그러나 비등기 임원들은 여기서도 제외된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로부터 받는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들은 비등기 임원이다. 이번에 연봉이 공개된 최태원과 김승연은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그게 무슨 뜻인지 자명하다.

 

정치인의 돈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어 마천루보다 더 높게 솟아오르는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가 눈앞에 다가온다. 555m 높이의 123층짜리 빌딩은 망치소리로 요란하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하루가 달리 하늘로 치솟는 위용을 사진으로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9년 특혜 시비 속에 허가된 제2롯데월드는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더욱 민간 헬기의 아이파크 충돌과 빌딩 내 화재발생 등을 계기로 다시 안보문제는 물론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장 초점이 됐던 사안은 안보문제였다.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이 특히 군용이라는 점에서 항로의 고도문제와 관련해 공군의 반대가 거셌고, 석연찮은 이유로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제2롯데월드 공사계획은 원안대로 건설 중이지만, ‘보수대통령이 국가안보의 한 가운데 전봇대를 세웠다’는 얘기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야당에서는 수사를 촉구하고, 여당의 친박 이혜훈 최고위원까지 나서 공사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장을 꿈꾸고 있는 정치인의 전략이려니 하지만,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그 인허가의 대가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하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의 공사비가 수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공사판의 리베이트로 한다면 그 또한 천문학적 액수다.

 

요즘 대한항공(KAL)의 7성급 관광호텔 건설여부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 장소가 장소인지라 더욱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관심사항이라 더더욱 그렇다.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가 7시간 동안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것은 단군 이래 ‘처음’이었다. 거기서 박 대통령이 강조한 얘기가 바로 ‘학교 옆 호텔’ 허용이었다.

 

7성호텔이 들어설 장소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옛 미국대사관 숙소부지다. 대한항공은 이곳을 매입, 지난 수년간 고급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써왔다. 문제는 그 위치다. 바로 코앞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가 위치해 있고, 그 옆에 경복궁이 자리하고 있다. 학교야 더 좋은 시설을 지어 좋은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지만, 경복궁은 어쩌란 말인가. 그럼에도 끝내 여기에 7성 호텔을 짓는다면 그 리베이트는 얼마나 될까. 돈 얘기를 하다 보니, 엉뚱하게 그런 생각이 먼저 머리를 친다.

 

김광원 저널리즘학 연구소 소장 (2014. 4. 2.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