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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필자는 시골이 고향이어서 어렸을 적에 토끼를 키운 적이 있다. 토끼풀을 뜯어다 주고 하루하루 커가는 토끼를 보며 신기하게 여겼다. 이 토끼들이 귀를 쫑긋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가끔 토끼들이 집을 나가 잡아오느라 혼이 난 적이 있다. ‘광속’으로 도망가는 토끼를 쫓아가서 한 마리를 잡는데도 힘이 들었다. 그런데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답은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된다. 


흔히 경제성장과 복지 국가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혹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이 어렵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우리 언론도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수 언론은 주로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어렵다는 시각을 많이 유지했고,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소개했다. 


필자는 학자들이 쓴 이 주제를 다룬 여러 글을 보았는데 결론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가 많았다. 단 전제 조건은 각 나라의 제도나 환경 여하에 따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복지와 성장의 관계를 보는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두 가지를 상충관계로 보는 것이다. 복지를 높이면 경제성장이 저하되고 반대로 복지를 줄이면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두 가지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마지막은 복지와 성장이 상호 보완적인 혹은 상승 작용을 한다는 견해다. 


학자들은 개발도상국, 중진국, 선진국 등 수십 개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복지 지출 추이 등을 비교 검토했다. 일부 국가에선 양자가 상충관계로 나왔고 일부 국가는 상승작용으로 결과가 나왔다.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국가들을 다시 찬찬히 연구했더니 그 국가의 경제정책과 산업정책, 복지를 보는 시각, 사회 주요 집단 간의 합의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이런 상관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론이 이런데도 일부 언론은 경제성장을 먼저 해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복지를 먼저 요구한다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들이대며 근로자들을 비판한다. 이런 언론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그 결론에 사실을 뜯어 맞춘다. 


우리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6년 선진국들의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현재 이 기구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서방 선진 7개국(G7)을 비롯하여 34개국이 회원이다. 


OECD는 정기적으로 회원국의 경제정책과 복지정책 등 각 정책을 비교 검토하는 보고서를 펴낸다. 지난해 말에 나온 보고서를 보면 정부 예산에서 사회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가 OECD 회원국 평균의 1/3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에 우리는 가장 빠른 복지 지출 증가세를 보였다.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부’라 불릴 정도로 시민들과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복지와 성장을 상충 관계로 보는 시각을 그만 퍼뜨리고 어떻게 하면 중지를 모아 양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까 하는 고민을 담는 것이 언론의 올바른 태도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복지와 경제성장,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관련된 연구 결과를 계속하여 소개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인식의 단순화를 선호하는 인간은 일단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잘못된 사고 틀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복지와 성장을 상충관계로 보는 시각을 바꾸고 두 개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과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경산신문 20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