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담이 올해 순회의장국인 브루나이에서 2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이 회담에서 아세안 10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아세안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성명에서 이를 언급했으나 아직까지도 양비론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10개 회원국들은 '아세안 2030'이라는 비전을 채택했다. 이 비전은 아세안의 지향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2030년 아세안의 목표는 '국경 없는 경제공동체'다. 아세안은 이 목표를 영어의 첫 문자를 따 'RICH'로 이름 붙였다. R(resilient)는 경제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은 아세안은 위기 극복책으로 치앙마이이니셔티브(회원국과 우리나라·중국·일본 3개국의 통화 스와프, 처음엔 양자에서 이제는 다자화)라는 '금융안전망'을 구비했고 또 회원국 거시경제 운용을 감독할 아세안플러스스리거시경제연구소(AMRO)도 설립했다. I(Inclusive)는 회원국 내, 회원국 간의 경제력 격차 해소를 의미한다. 아세안 원회원국인 5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싱가포르)과 1990년대에 가입한 후발 회원국 CMLV(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베트남) 간의 격차 해소, 그리고 회원국 내 지역 간의 발전 격차를 줄이려 한다. C(Competitive)는 경쟁력 있는 기업환경 구축인데 이를 위해 회원국 간 물리적 연결성(인프라 건설)과 함께 자유로운 인력 이동이 필요하다. H(harmonious)는 경제 개발과 환경 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의미한다.
이 비전 보고서는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아세안은 정교한 제도화를 특징으로 한 유럽통합과 다르게 '아세안 방식'을 내세운다. 내정 불간섭과 비공식적인 의사결정, 회원국 간의 합의에 기초를 둔 정책 결정이 이 방식의 특징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방식으로 '하나의 아시아'를 만들 수는 없다.
이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정책 분야별로 다수결 의사결정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 싱가포르는 아세안의 정책 결정과 제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사무국의 역할을 강화해 회원국들을 제재할 권한을 부여하고 유럽연합(EU)처럼 순회의장국을 도입하는 것도 계속 논의 중이다. 현재 10개 회원국들이 1년마다 순회 의장국이 돼 대외적으로 아세안을 대표한다. 그러나 이 순회 의장제는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소국이 의장이 될 경우 제대로 된 정책 의제도 제기하지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우리는 아세안과 역내 포괄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다음 달 시작한다. 수출 다변화의 필요성 그리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외교정책의 하나로 우리는 좀 더 아세안에 주목해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201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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