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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독일 총선과 유로존 위기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45&aid=0002079239



독일은 지금 22일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열기로 가득 찼다. 지난 1일 독일시민들은 양당 총리 후보들의 TV 토론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현재 여당인 기민당 총재이자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후보와 야당인 사민당의 페어 슈타인브뤽 후보가 경제, 미 국가안보국의 자국 인터넷 감청 등 주요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독일인의 약 22%가 90분에 걸친 이 토론회를 시청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독일 총선을 주시한다. 일단 급한 불을 끈 유로존 위기가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로존 위기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해 온 독일이기에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제공받은 유로존 회원국들에 독일은 긴축재정과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 정부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면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속화한다며 독일에 성장 촉진적인 개혁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반면에 독일은 이런 요구를 거의 수용하지 않고 긴축재정을 압박해 왔다. 이번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독일의 이런 입장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티엔스 엠니트(TNS Emnid) 설문 조사를 보면 여당인 기민당·기독교사회당(기사당)은 39%, 사민당은 23%의 지지를 받고 있다. 독일은 거대 두 정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소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현재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그러나 의회 진출에 필요한 5%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에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는 1998년부터 8년간 집권했지만 이번엔 집권 가능성이 낮다. 녹색당의 지지율(11%)을 합해도 양당은 기민당·기사당보다 지지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거대 두 정당의 대연정이 구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2005년부터 4년간 기민당·기사당은 사민당과 대연정을 만들어 집권했다. 


페어 슈타인브뤽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메르켈 총리의 긴축정책 이행 압박을 너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긴축정책의 속도를 비판한 것이지 이 정책 자체를 폐기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1990년 10월 급속한 통일 후 10년 넘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복지제도를 개혁해 경쟁력을 회복한 독일인들은 자신들을 '개미'로,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의 시민들을 '베짱이'로 인식하는 게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조차 "구제금융 수혜국들은 유로화 채택 이후 누리게 된 저금리 자금 조달을 부동산 투자 등 비생산적 투자에 사용했다"는 말을 공개연설에서 했을 정도다. 이런 인식을 감안할 때 독일이 긴축정책 완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내년 상반기 예정인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통합에 반대하고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의 약진 정도가 유로존 위기 해결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자릿수 의석일 경우 이들이 위기 해결 정책 결정을 저지할 힘은 미약하겠지만 일부에선 이들이 2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유로존의 위기 극복 과정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유로존 위기 확산은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로존의 정치 경제 상황을 모니터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2013.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