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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칼럼/기고

세계경제는 언제 회복될까?


http://youngsamsung7.tistory.com/entry/%EC%B0%A8%EC%9D%B4%EB%A9%94%EB%A6%AC%EC%B9%B4chimerica


차이메리카(Chimerica), 친디아(Chindia), 처머니(Chermany). 세계경제의 문제를 표현하는 단어다. 중국과 미국경제가 쌍둥이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는 게 차이메리카다. 중국의 차이나(China)와 미국(America)이 결합된 단어다. 친디아는 중국(China)과 인도(India)가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거의 두 자릿수 성장을 하던 때 만들어진 말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조차 경제성장률이 7%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인도는 5%대다. 가장 최근의 말이 처머니다. 중국과 독일(Germany)을 합했다. 


그런데 중국과 독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중국 경제는 자본주의지만 정치는 공산당 독재다. 반면에 독일은 의회민주주의고 유럽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과 독일은 둘 다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큰 폭의 무역수지를 기록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단순한 모형을 상정해 두 나라만 있다고 하자. 한 나라가 수출로 100을 벌었다면 다른 나라는 수입으로 100을 지출하게 된다. 이것이 무역수지다. 우리나라는 보통 수입으로 쓴 돈보다 수출로 번 돈이 많아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 독일 양국은 무역수지(흑자)가 전체 경제규모의 거의 5% 정도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면 양국과 주로 교역을 하는 나라들이 무역적자 폭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이 주로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28개국, 독일은 EU 국가에 절반 정도를 수출한다. 일부에선 이런 점 때문에 중국과 독일을 비판한다. 양국이 세계 경제의 회복에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수입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수출을 줄이고 국내 소비(내수) 비중을 늘리라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과 독일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중국의 이자율은 마이너스다. 물가 상승률이 2%라면 중국의 이자율은 이보다 낮다. 그런데도 중국의 저축률은 두 자릿수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국영기업들이 국내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돕는다. 1970~1980년대 우리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할 때 실행했던 ‘관치금융’과 유사하다. 미국 시민들은 2008년 경제위기 이전에 수 십 년 간 마이너스 저축률을 기록했다. 미국 가계의 경우 부채가 소득보다 많았다. 중국인들은 이런 점을 들며 자신들을 궂은 날을 대비해 저축을 하는 ‘개미’로, 미국인들은 게으르며 흥청망청 써버리는 ‘베짱이’로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독일도 비슷하다. 독일 경제가 EU 경제의 침체기에도 나름대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독일이 과감한 구조조정 정책을 실행해왔기 때문이다. 1990년 10월 동독을 흡수 통일한 독일은 과도한 통일 비용에 시달렸다. 이후 독일은 10년이 넘는 동안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 수령액을 축소하고, 좀 더 유연한 노동시장의 틀을 확립하는데 주력했다. 이런 개혁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독일 경제는 다시 경쟁력을 회복했다. 그런데 전반적인 흐름은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이 생산성 향상보다 낮다는 점이다. 근로자들은 보통 최소한 생산성과 같은 임금 인상률을 요구한다. 독일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독일 근로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의 개혁정책에 동참해왔다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들은 아직도 세계경제의 회복이 매우 더디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4%.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나 스페인에서 20대 청년들의 절반이 일자리가 없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일부 회복세는 정부가 대규모로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 왔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규 투자를 하여 근로자를 고용해야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주축이 된 경제의 본격 회복이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 본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약 2.5% 내외다. 아직도 경제회복이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올 가을 취업 전쟁에서 수많은 20대들이 고군분투할 것이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경산신문 2013.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