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있는 네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50달러도 채 안 되는 남아시아 최빈국이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꽤 떨어진 초원지대 테라이 지역은 네팔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이다. 이 지역에선 1998년부터 9년간 산모 사망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네팔 정부가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취약한 빈곤 지역에 병원을 더 많이 건설하고 24시간 분만 서비스도 제공했기 때문이다.
2000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엔 회원국은 개발과 빈곤퇴치를 위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MDGs)에 서명했다. 새천년개발목표로는 2015년까지 절대 빈곤으로 생활하는 인구 비율을 절반으로 축소,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아동 사망률을 3분의 2로·산모 사망률을 4분의 3으로 줄일 것 등의 8개 목표와 부속 18개 세부목표가 결정됐다.
2년이 조금 남은 현재 절대 빈곤 축소는 달성됐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로 선진국들이 ODA 액수를 줄였음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과다. 그러나 아동과 산모 사망률은 절반 정도만 줄었을 뿐이다. 전 세계 아동들이 초등교육을 받게 한다는 목표도 달성이 어렵다.
지난 9월 25일 개막된 유엔총회에서 세계 각국은 MDG의 후속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 수립을 논의 중이다. 2015년 이전에 유엔 회원국과 관련 민간단체(NGOs)들이 참여해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와 세부목표가 합의될 것이다. SDGs는 경제성장과 환경이 상충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달성 가능한 목표임을 전제한다.
이제까지 나온 논의를 종합해 보면 2030년까지 절대 빈곤(하루에 1.25달러(약 1400원) 이하로 생활하는 것)을 퇴치하겠다는 목표는 대체적으로 합의됐다. 세계은행과 미국, 영국 정부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유엔의 빈곤 문제 고문인 제프리 삭스 교수(미국 컬럼비아대)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SDGs가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대처방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회원국은 경제개발 단계에 따라 저탄소 녹색성장 달성 여부가 상이한데 이를 고려한 명확한 시행계획(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 또 하나는 회원국과 민간단체,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이 천년개발목표의 일부 달성에 기여했듯이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에도 지구적 협력이 매우 절실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우리에게도 이런 절대빈곤 퇴치는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 제공국(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지난해 우리의 해외 원조액은 1조원을 조금 넘었고 올해 2조원으로 늘어났다. 우리는 2010년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선진국형 공여국이 됐다. 선진 공여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0.31%를 해외 원조로 지출하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우리 원조액이 4조원은 돼야 한다. 우리도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 설정에 민간단체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기를 기대한다. 아프리카나 남미 오지에 가서 개발원조를 실행해 온 민간단체들이 있다. 이들의 소중한 경험이 SDGs 설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젊은이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로 가서 그동안 우리가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드라마나 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 등을 전수하는 한국형 원조 모델이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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