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와 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하버드대학의 명성은 뉴욕의 컬롬비아에 미치지 못했다. 지리적으로 봐도 뉴욕과 보스톤은 차이가 난다. 그 이후 컬롬비아와 하버드는 비교적 재미있는 경쟁을 한다. 그 분야는 정치학이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로 알려진 독일의 사회학자를 영입하면서 컬롬비아는 미국 최초로 '정치과학'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정치도 사회과학이며, 행동과학이라는 관점이었다. 통계나 인간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정치적 행위를 예측할 수 있다는 합리성에 기인한 주장이었다. 하버드대는 좀 다른 정책을 폈다. 정치과학 대신 '통치학교'(School of Government)를 고집했다.
컬롬비아의 정치학은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치는 결코 합리성만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과학으로서의 정치가 저물고 권력으로서의 정치가 대세가 되면서 하버드는 자연스럽게 미국 정치학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지금도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려면 (특히 국제정치학) 하버드, 프린스턴과 버클리로 가는 경우가 많다.
길가에 채이는 돌 하나도 얘기가 있으면 다시 보게 된다. 하물며 케네디행정스쿨의 간판을 안고 있는 담벼락이야 말해 무엇하랴... 조셉 나이, 로버트 케오엔, 헨리 키신저 등 쟁쟁했던 미국의 정치학자들이 이 학교를 다녔다. 유학하면서 많이 배웠던 교수들도 이곳 출신이 많다. 게다가 이곳에는 소렌슨센터(Shorenstein Center)라고 하는 저널리즘과 정치를 다루는 유명한 연구소도 있다. Press & Politics라는 유명한 저널을 발간하는 곳이다. 글이 정말 좋다. 다른 미국의 많은 사무실처럼 이곳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식은 결코 꾸미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식인은 폼잡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그래도 역시 하버드를 하버드답게 하는 것은 있었다. 어디를 가든 도서관과 서점을 쉽게 만난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다음에 나오는 케네디 행정스쿨의 로비는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마침 금요일 오전이라 '친목의 날'이었다. 혼자 돌아다니다 자연스럽게 몇 사람과 얘기를 했다. 내가 만난 친구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유럽, 아랍, 미국애들은 잘 구분이 안 된다.
세계 각국의 엘리트들이 이 자리에 오기 위해 경쟁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기만 하다.
존 F 케네디를 기념하는 대학. 전 세계 석학이 연구년을 맞아 꼭 방문하고 싶은 곳. 국제 정치학의 담론을 선도하는 곳.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하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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